김경호 광진구청장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고밀개발 추진” [2023 서울 구청장에게 묻다]

취임 1년… ‘2040 광진플랜’ 내놔
區 4대축·4대권역으로 재편 나서
지역 내 격차 도시계획으로 해결
민원 많은 주차 해결방안도 모색
“오세훈 서울시장도 적극 돕는다”
‘동 지역책임제’ 시행… 소통 중시

“행정에는 엄청난 힘이 있다고 봅니다. 공무원으로 30여년 간 일하면서 ‘비록 느리더라도 꾸준히 가는 것, 그게 계획이고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행정’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김경호 서울 광진구청장은 최근 세계일보와 가진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1987년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서울시 국·실장과 광진구·구로구 부구청장,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산하 공공기관장(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행정가형 구청장’이다. 지난 7월로 취임 1년을 맞은 김 구청장은 “굉장히 힘든 자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힘이 든다”면서도 “제 후배 공무원인 구청 직원들이 ‘조금 더 편하고 신나게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를 할 때나 구민들께서 ‘구정이 조금 빨라진 것 같아서 좋다’고 평가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보람을 느낀다”는 말로 소회를 털어놨다.

김경호 서울 광진구청장이 지난달 31일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역 내 격차는 결국 도시계획으로 풀 수밖에 없다”며 “느리더라도 꾸준히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와 종상향을 추진해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개발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서울 도심에서 한발 떨어진 곳에 위치한 광진구는 1960∼1970년대에 ‘베드타운’(주거지 밀집 지역)으로 조성된 곳이다. 한강변을 따라 재개발·재건축이 이뤄진 곳을 제외하곤 주거지가 형성된 지 40∼50년이 지나 노후된 지역이 많다. 김 구청장은 “한때 우리 구 중곡동은 ‘서울에서 다섯 번째로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됐는데, 지금은 그때 비견되던 영동(강남)지역과는 말도 못 하게 차이가 나지 않나”라며 “그동안 광진의 행정 책임자들이 지역개발에 대한 고민 없이, 거의 예전 그대로 방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게 ‘2040 광진플랜’이다. ‘김경호표 도시계획’인 해당 플랜은 광진을 4대 축·4대 권역으로 재편해 지역별로 특화된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김 구청장은 “지역 내 격차는 결국 도시계획으로 풀 수밖에 없다”며 “우리 구에 있는 9개 지하철역의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개발을 해야겠다는 판단 아래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와 종상향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계획의 한 텀(기간)이 5년”이라며 “가령 2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50% 이하)을 갑자기 일반상업지역(용적률 1300% 이하)으로 한 번에 종상향할 수는 없으니 세 텀, 네 텀 이렇게 고려해 2040 플랜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거환경과 더불어 구 민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차 문제 해결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회간접자본(SOC) 확충도 추진한다. 김 구청장은 “우리 주민들의 상실감·소외감이 엄청나다”며 “구는 물론이고, 서울시도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진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오 시장 1·2기에 서울시 간부로 함께한 연이 있는 김 구청장은 2021년 말 오 시장의 지역구였던 서울 광진구을의 국민의힘 당원협의회를 ‘물려받은’ 바 있다.

 

개발 과정에서 일부 갈등도 있었다. 지난달 초 ‘모아타운’ 재개발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자양4동 주민 수십 명이 구청 인근에서 집단 시위를 벌였다. 김 구청장은 “주민들이 원한다면 내 일처럼 적극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모아타운 지정을 굉장히 빨리 했었다”며 “그런데 구역 지정을 하고 나니 반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소유자 기준으로는 찬반이 30%대로 엇비슷했으나, 토지면적 기준으론 반대가 48%로 찬성보다 훨씬 높았다”며 “그 지역 단독 주택 소유주 중에 세를 내주고 그걸로 생활하는 분이 많은데 그분들이 반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여전히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이) 보다 작은 규모의 개발을 추진한다면 시와 긴밀히 협의해 최종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 구가 강변우성아파트 주변 포장마차를 물리적 충돌 없이 정비한 일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관내 불법 노점상 문제는 광진구의 오랜 고민거리 중 하나다. 김 구청장은 그 비결 역시 ‘느리더라도 꾸준한 행정의 힘’ 덕분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일단 계획을 세워놓으면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갈 수 있다”며 “구청장 취임 직후부터 담당 부서에 과업을 줬고, 직원들이 계속 대화를 한 결과 일단 아파트 담장을 끼고 들어섰던 포장마차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여전히 불법 노점상이 상당수 남아있는데, 일부에 허가제 형식으로 다시 허가를 내주는 경우가 있더라도 계속 정비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 구청장이 계획만큼이나 중시하는 게 소통이다. 구가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인 ‘동 지역책임제’가 대표적인 소통 정책이다. 최일선에서 주민과 만나는 동 주민센터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뒤로 이전보다 지역사회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 제도 시행 이후 군자역 사거리 유턴차로 설치, 중곡동 용마사거리와 구의3동주민센터 앞 마을버스 정류소 신설, 용암사 주변 악취 저감장치 설치, 중곡동 유휴 부지를 활용한 공공 주차공간 조성, ‘노랑안심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조성 등의 변화가 뒤따랐다.

 

관내에 있는 건국대·세종대와도 교류가 많다고 김 구청장은 부연했다. 그는 “서울시의 ‘캠퍼스 타운’ 사업을 하고 있는데, 내용 중에 지역사회와 창업이나 일자리 문제 등에 협업을 하는 게 있다”며 “평생교육과 관련해선 우리 구가 위탁교육이라든지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비용도 지원해주면 주민과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강좌를 개설한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관내 대학생들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하고 있다”며 “50대 이상 주민들과 젊은 대학생들이 함께하는 ‘청춘축제’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김 구청장은 “우리 구는 입지나 환경 측면에서 최고”라며 “배산임수의 전형이고, 한강과 체육·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다”고 자부했다. 그는 “또, 교통도 굉장히 좋고 청년이 많은 젊은 도시”라며 “구 한가운데 있는 어린이대공원 역시 한때는 도시개발에 지장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광진 발전의 촉매제·유도제·촉진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도시계획적으로 잘 정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