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충남 예산시장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예산군과 요리 전문가 백종원의 더본코리아가 민관 협업으로 맥주페스티벌을 연 것. 3일간 무려 24만6000여명이 방문해 성황리에 마무리한 축제였다. 특히 기존 행사에서 볼 수 없었던 통돼지 바비큐와 예산군의 다양한 농산물을 사용한 지역 맥주가 등장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 행사의 진행 취지 중에는 예산군을 관광화하는 내용도 있으나 또 다른 면이 있었는데, 올해 문제가 된 바로 축제 공간에서의 바가지 상술 문제를 근절해 보자고 하는 것이었다. 특히 KBS2 1박2일에 경북 영양 전통시장에서 한 봉지에 7만원, 두 봉지에 14만원에 과자를 강매당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계기로 지역 축제 바가지 상술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 바가지 상술은 영양 전통시장뿐만이 아니다. 여타의 축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사한 음식,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반 매장보다 훨씬 가격이 높았던 것. 함평 나비축제의 경우 통돼지 바비큐 한 접시에 무려 4만원에 팔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산 맥주페스티벌이 추진한 것은 ‘시장’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저렴한 가격. 그래서 컵떡볶이 1000원, 지역 수제 맥주는 한 잔당 4000원, 통돼지 바비큐는 200g에 1만2000원으로 판매됐다. 지역 축제에는 바가지 상술이 근절돼야 내년에도 다시 찾는다는 백종원과 주최 측의 생각이었다. 특히 이번 바비큐는 아르헨티나의 아사도 방식을 적용, 맥주페스티벌의 심벌이자 포토존으로 더욱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렸다는 것. 백종원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해외에서 보내는 영상편지로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생각하지 못해 준비가 미흡했다며 앞으로는 세밀하게 준비해서 알찬 축제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의 축제는 외지인들에게 우리 고장을 소개할 아주 중요한 기회다. 모두 다른 문화를 접할 것을 기대하고 이곳을 방문한다. 마치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일 수 있다. 손님에게 인색하게 굴면 다시는 안 온다. 아마 이러한 부분을 백종원이 제일 알 아는 듯하다. 앞으로의 축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