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밀조밀 예쁘게 한 접시로… 플레이트 디저트 선보여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네오아티잔디저트 이현희 셰프

은행서 전산업무 보다 요리의 길로
카페 운영 꿈꾸며 프랑스로 유학길
호텔 레스토랑서 일하며 갈증 채워
디저트에 집중 선물박스 요리 꿈꿔
“얽매이기 싫어 시그니처 메뉴 없어
굳이 한가지를 꼽자면 수박 소르베”
네오아티잔디저트 대표인 이현희 셰프를 만났다. 네오아티잔디저트가 익숙하지 않다면 현 타르틴 베이커리 총괄이라고 설명하면 더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이 셰프는 요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했다. 졸업하고 은행에 근무하면서 전산 업무를 보기도 했는데, 3년 정도 근무하다 보니 다른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현재 자신의 일보다 더욱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다.
이현희 셰프.

아직 어린 나이라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도 안정적이라고 평가를 받는 은행을 관두고 요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제과나 요리를 좋아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자연스럽게 요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금은 오너 셰프, 파티셰와 같은 직업적 네임이 익숙하지만 이 셰프가 어린 시절에는 이런 이름마저도 생소하게 느껴질 때였다. 그러다 보니 셰프라는 직업을 꿈꾸었다기보다는 요리를 하는 대표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요리를 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엄청 말렸다. 그렇게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는 단순히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지금도 많은 직장인들의 로망이 나만의 작은 카페인 것처럼 이 셰프도 직장을 관둘 때는 작은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케이크나 디저트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이렇게 무작정 떠난 유학생활을 5년 정도 하게 되었다. 어학 6개월, 르꼬르동블루 1년, 업장 경험 3년 정도의 기간이었다.

소금 캐러멜 아이스크림과 구운 바나나.

주로 호텔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면서 작업을 배우고 익히게 되었다. 이렇게 호텔에 근무를 하다 보니 단순한 기술자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기술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기획을 하는 기획자로서의 본인을 만들고 그리고 싶었는데, 호텔 근무로서는 이러한 갈증을 채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새롭고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거나 스스로 책임자가 돼서 뭔가 컨트롤할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많이 찾아다니면서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기술적인 스킬을 늘리고 싶었다면 피에르 가니에르나 유명한 호텔에 들어갔을 텐데, 그보다는 스스로 재료를 선택하고 메뉴를 만들 수 있고, 경영적인 걸 볼 수 있는 업장을 선택해서 배운다는 마음으로 근무를 했다.



이렇게 프랑스의 생활을 2011년에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지인이 카페를 오픈한다는 소식에 음료와 커피 메뉴를 짜주면서 한국 시장을 살펴보다가 2011년 겨울에 디저트 리를 오픈하게 되었다. 디저트 리는 한 가지 메뉴만을 보여주기보다는 다양한 선물박스 같은 공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이나 범위가 매우 넓고 많은데, 한 가지만 보여준다는 게 매우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구현할 수 있는 디저트적인 스킬은 모두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아이스크림, 초콜릿, 사탕, 커피, 과자, 케이크 이 모든 것을 한 공간에서 다 보여주면서 한 플레이트 위에 올리고 싶다는 바람에서 플레이트 디저트를 선보이게 되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플레이트 디저트의 시작점에 이 셰프가 있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예쁘고 오밀조밀하게 만들어서 한 접시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은 굉장히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트를 접하는 손님의 행복한 모습과 감동하는 표정을 접하면서 새로운 방향의 선택이지만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셰프의 플레이트는 단순히 화려하고 예쁜 디저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하고 아주 기본적인 재료들을 활용해서 클래식하게 디자인하고 마지막에 이 셰프만의 터치를 넣어서 마무리한다. 그동안 이 셰프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모두 모아서 예쁘게 보여주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모여 있는 것의 갈래를 나누어서 새롭게 선보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화이트초콜릿 파나코타와 필로 페이스트리.

이런 이 셰프의 시그니처는 무언가 하나로 특정지을 수 없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시즌별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자신만의 디저트를 만들어내다 보니 스스로 무엇 하나에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셰프도 시그니처 메뉴를 어느 하나라고 정의하거나 굳이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할 정도다.

 

그래도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화이트초콜릿 파나코타와 필로 페이스트리, 수박 소르베를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계절 메뉴로 만들었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서 상시 제공하는 플레이트가 되었다. 가장 일상적으로 구할 수 있는 여름 메뉴인 수박을 활용하고 이 수박으로 만든 소르베가 메인이 되면서 동시에 우리나라의 수박화채 느낌을 살짝 터치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수박이라는 메인 재료를 정하고 나면 그 재료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조리 방법과 메인 재료에 어울리는 다른 재료들을 조합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메뉴가 완성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이 셰프는 현재 타르틴 베이커리 총괄로 있으면서 메뉴부터 선물 세트나 기프트도 만들고 있다. 이제 디저트 리는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여러 분야의 브랜딩이나 컨설팅도 하고 있다. 단순히 페이스트리 셰프로 알고 있지만, 한 회사랑 지금은 운영부터 사업과 푸드디렉터의 일을 총괄로 겸하고 있다. 보통 푸드 디렉터나 메뉴 컨설팅이라고 하면 메뉴에 관련된 일만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이 셰프는 브랜드 전체를 기획하고 전체적인 판을 짜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여태까지의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많은 브랜드와 다양한 일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