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선적 중단 등 각종 불공정 수단을 동원해 삼성전자에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제한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경쟁당국으로부터 190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브로드컴은 구매주문승인 중단 등의 조치가 ‘핵폭탄’에 해당할 정도로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을 활용해 자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LTA 체결을 강요했고, 삼성전자는 결국 비싼 가격에 부품을 구매하는 등 금전적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 등 4개사가 삼성전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부품 공급에 관한 LTA 체결을 강제해 불이익을 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91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2018년 이전까지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무선통신 부품인 RFFE 부품과 스마트기기를 다른 기기 등에 연결하게 하는 커넥티비티 부품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세계 1위 사업자였다. 이때까지 삼성전자는 스마트기기에 탑재되는 고성능 부품의 대부분을 브로드컴에 의존했다.
브로드컴은 선적 중단 등의 조치가 삼성전자에 ‘폭탄투하’, ‘핵폭탄’에 해당할 정도로 기업윤리에 반하는 협박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가진 카드가 없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몰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LTA 체결로 당초 경쟁사의 부품을 탑재하기로 결정됐던 갤럭시 S21 부품이 브로드컴으로 변경되고, 삼성전자가 LTA 이행을 위해 수요보다 더 많은 양의 부품(2억4200만달러)을 추가로 확보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또 브로드컴 부품 가격이 경쟁사업자보다 높았던 탓에 삼성전자가 최소 약 1억60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을 떠안아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삼성전자는 3년간 연간 7억6000만달러의 최소 구매의무 및 차액 배상 의무를 부담함에도 수량할인 등 가격적 측면의 혜택이나 반대급부가 일절 없었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컴은 심의 과정에서 해당 계약이 자발적으로 체결된 상호 호혜적 계약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 결정이 내려지면서 삼성전자와 브로드컴의 법정 공방이 예고된다. 브로드컴은 과징금 처분 등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 역시 브로드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의 LTA 강요로 추가 비용 등 3억2630만달러 상당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