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경기 의정부시 호원초등학교에 재직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영승 교사(남)는 사망 당일까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이 교사는 평소 결석이 잦은 학생의 학부모 A 씨로부터 5개월간 지속적으로 “출석처리를 해 달라”는 민원을 받았는데, 사망 당일인 12월 8일에도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이 의정부 호원초 교사 사망사건에 대한 자체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행위 사실을 확인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1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남부신청사 2층 컨퍼런스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호원초 교사 사망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감사를 벌여 왔다. 조사 결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경기도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두명의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여부를 심의했다.
도교육청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 A 씨는 2021년 3월부터 이 교사의 사망 당일인 같은 해 12월 8일까지 부당한 출석 처리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기간 동안 이 교사와 해당 학부모는 총 394건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학부모 B 씨는 이 교사에게 400만 원의 치료비를 제공받은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2016년 6월 수업시간 중 학생이 커터칼로 페트병을 자르는 과정에서 손을 다친 사고로 학부모 민원이 발생했는데, 해당 학부모는 2017년, 2019년 등 총 2차례에 걸쳐 경기도학교안전공제회로부터 치료비 보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학부모는 B 씨는 이 교사가 군복무 중인 기간에도 만남을 요청하고, 복직 후에도 학생 치료를 이유로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결국 이 교사는 사비를 들여 월 50만 원씩 총 8차례에 걸쳐 총 400만 원의 치료비를 제공한 것으로 도교육청 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다른 학부모 C 씨는 2021년 12월 6일부터 같은 해 12월 8일까지 자녀의 따돌림 문제로 다른 학생들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등 이 교사에게 무리한 생활지도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도교육청은 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부모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의정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도교육청은 해당 학교 측이 이 교사 사망 이후 학부모 교육활동 침해행위 내용을 인지했음에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도 및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학교관리자, 기타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고 징계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숨진 이 교사의 유족 측이 인사혁신처에 순직 신청에 들어가면 필요한 행정적 절차도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