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는 '급감' 은행채는 '급증'…대출금리 다시 올라갈까

‘레고랜드’ 여파 폭증한 예금 만기
은행 자금 수요에 채권금리 뛰어
코픽스 등 대출 관련 금리에 영향

은행채 발행 액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수요가 폭증했던 고금리 예금·적금의 만기가 돌아온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 자금조달이 늘면서 조달금리도 오르고 있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감독원이 21일 발표한 8월 중 기업 직접금융 조달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발행 금액은 7조9053억원에 달했다. 이는 7월 중 발행액 4조1800억원보다 89.1%(3조7253억원)나 늘어난 수치다. 반면 일반 회사채는 4900억원 발행되면서 7월 중 발행액 2조7040억원 대비 81.9%(2조2140억원) 줄어들었다. 주식(5669억원)과 회사채(19조2256억원)를 포함한 기업 직접금융 조달 8월 중 실적은 총 19조7925억원으로 전월 대비 23.2%(3조7222억원) 증가했다.

서울 시내 은행의 대출장구 모습. 뉴시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선 연말이 다가오면서 금융감독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조달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레고랜드 사태’ 당시 은행으로 들어온 자금들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를 잡아두기 위함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늘어난 금융권의 수신 잔액은 96조2504억원이다.



재원 확보에 나서야 하니 은행채 발행이 증가하고 자연스레 채권금리는 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연 4.035%로 집계됐다.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5%대를 기록한 뒤 서서히 낮아져 올해 1월 중순 연 3%대로 내려갔는데, 최근 들어 다시 상승하며 연 4%대로 올라섰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산정 시에는 예·적금 금리나 은행채 금리와 같은 조달 자금 금리가 영향을 미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지난해 4분기 취급된 고금리 예금의 재유치 경쟁이 장·단기 조달 및 대출금리 상승 우려 등 불필요한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단기자금시장, 주식·채권시장, 예금·대출시장의 쏠림현상과 여·수신경쟁 과열 여부 등을 밀착 점검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