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서 재직하다 극단 선택으로 숨진 이영승 교사에게 악성민원을 이어간 학부모에 대한 신상이 온라인상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해당 학부모의 직장으로 지목된 농협에도 해명 요구가 이어졌고, 이 학부모는 현재 대기 발령 조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농협 등에 따르면 이 교사에게 학생의 치료비 명목으로 400만원을 받아낸 이른바 ‘페트병 사건’의 학부모 A씨가 지난 19일자로 대기발령 및 직권 정지 조치됐다. A씨는 한 지역 단위 농협에서 부지점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 측은 감봉 조치 등 징계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결정은 농협 게시판 등에 이어진 시민들의 항의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이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자녀로 추정되는 인물 사진, 직장 정보 등 신상 폭로글이 올라왔다. 해당 학부모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지역농협 앞에 근조화환이 배송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근조화환에는 “선생님 돈 뜯고 죽인 살인자”, “은행장님 좋은 사람들과 일하십시오”, “30년 거래한 주거래 은행을 바꾸려 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일부는 해당 지역농협 홈페이지 고객 게시판에 글을 남기며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준 600여개가 게재됐으며, 한 지도 애플리케이션 해당 지역농협 지점에도 2300개 이상의 악성 리뷰가 올라온 상태다.
시민들은 게시판을 통해 “여기가 살인자가 근무하는 곳 맞나”, “인성은 안 보고 뽑나. 어떻게 선생님을 그렇게까지 괴롭힐 수 있나. 철저한 검증을 통해 문책해라”, “돈 뜯은 직원 당장 해고해라”, “남의 인생 송두리째 앗아간 당사자가 잘 살고 있으면 너무 억울하지 않나. 현명한 대처 부탁드린다. 대충 무마하려다 고객 등 돌리는 거 한순간이다”, “윤리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에 걸맞은 인재 채용을 하길 바란다”,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 등의 비판과 경고글을 잇따라 게재했다.
‘페트병 사건’은 이 교사가 부임 첫해인 2016년 수업 도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치는 일로 몇 년간 배상 요구에 시달린 사건이다. 학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00만원을 지급받았는데도 2차 수술 등을 이유로 교사에 계속 연락을 취했고, 학교 측은 휴직 후 군 복무 중인 교사에게 문제를 떠넘겼다. 결국 이 교사는 학부모의 지속적 연락과 민원에 사망 전까지 사비로 매월 50만원씩 8회 총 40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학부모에게 이체했다.
해당 학부모 외에도 이 교사를 상대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2명 더 있었다. 2021년 한 학부모는 3월부터 12월까지 자녀가 장기 결석을 했음에도 정상 출석 처리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와 이 교사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는 394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부모는 이 교사가 사망한 사실을 듣고 장례식장에 찾아와 이 교사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학부모는 2021년 12월 자녀와 갈등 관계에 있는 학생들이 자기 자녀에게 공개 사과할 것을 이 교사에게 요구했고, 이 교사가 학생 인권 문제로 난색을 표하자 수차례에 걸쳐 전화하고 학교에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경기도교육청은 2년 전 숨진 이 교사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학부모 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전날 밝혔다. 도 교육청은 이 교사가 이처럼 악성 민원을 겪어온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의 사망을 단순 ‘추락사’로 처리한 당시 호원초 교장과 교감 등에 대해서는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