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며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예상에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서다. 당분간 금리가 고공행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270∼7.099%로 상단 7%를 돌파했다.
지난달 말보다 변동금리 상단이 0.13%포인트 오르며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가 전월 대비 0.03%포인트 하락했지만,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일부 은행이 금리를 올린 영향이다. 주요 시장금리 지표인 은행채 금리는 최근 미국과 한국의 긴축 장기화 전망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자 상승속도는 더 빨라지는 추세다.
은행권에서는 긴축 장기화 우려로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에는 오히려 속도가 붙고 있다. NH농협은행을 더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1일 기준 682조4539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6419억원 늘었다. 21일 만에 이미 지난달 증가폭(1조5912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주담대는 1조8759억원 늘어 지난달(2조1122억원)에 이어 이번달에도 2조원대 증가가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하며 이달 들어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 규제를 강화했지만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한 조치를 시작하면서 은행권과 실수요자층에서는 일부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당국이 상환능력이 입증되는 경우에만 50년 주담대를 허용하도록 했으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청년층이나 연금 등 노후소득이 확실히 있는 경우를 제시했지만, 정량화된 기준이 아닌 데다 검증을 은행 자율에 맡겨 은행권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0년 주담대를 취급하는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50년 주담대라면 은퇴 후 소득까지 봐야 하는데, 이를 은행이 적합하게 검증하기는 어렵다”며 “(당국이) 은행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당국 등과 소통을 통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정책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의 이용 기준도 변경되면서 실수요자층 사이에서 혼란이 생기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 또는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형 상품의 공급을 27일부터 중단하고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이하 및 주택가격 6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우대형 상품만 취급하기로 했다. 주금공은 당초 공급목표액을 달성하더라도 연말까지 특례보금자리론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으나, 대상을 축소하면서 사실상 ‘말 뒤집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주금공 관계자는 “한정된 자원 여력을 서민과 실수요자에 집중하기 위해 특례보금자리론 개편이 불가피했다”며 “우대형은 당초 계획대로 지속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