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연내 100달러 돌파 가능성”… ‘수요 꺾일라’ 웃지 못하는 석유업체

2022년 6∼7월 수요 전년비 4.1%↓
고금리·고환율 등 겹쳐 부담 커져
업체에 횡재세 등 부과 가능성도

국제유가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할 조짐을 보이며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석유 업체들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로 석유 수요가 하락하면 결국 유가 급등의 주 원인인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이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텍사스주의 원유 채취 현장. 로이터연합뉴스

WSJ는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으면 통상적으로 소비자 수요가 하락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유가가 110달러 전후였던 지난해 6∼7월 세계 석유 최대 소비국인 미국 내 휘발유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4.1% 하락했다.

 

특히 경기 침체 및 고금리 여파로 미국 가구의 실질 중위소득이 하락했고, 3년 가까이 유예됐던 학자금 대출 상환까지 다음달 재개되면 일반 소비자는 휘발유 등의 사용을 더욱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상승도 세계 석유 수요에 타격을 줄 것으로 WSJ는 내다봤다. 올해 브렌트유 가격 상승률은 달러 기준 7.4%였지만, 중국 위안화 기준으로는 13%나 올랐다.

 

지난달 기록적인 원유 수입량을 보인 중국이 하루 132만배럴 상당의 원유를 비축한 점도 눈에 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올해 남은 4개월간 일일 수입량을 161만배럴씩 줄여도 지난해와 동등한 수준의 비축유를 보유할 수 있다”며 “중국이 수입을 줄인다면 원유 가격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 정부들이 기업에 불리한 대응을 할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해 유럽연합은 석유 업체의 기록적인 수익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를 경고한 바 있어 고유가 흐름이 오래 유지되면 각국 정부가 석유업체를 압박할 수도 있다.

 

WSJ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배럴당 75∼90달러가 수요를 경색시키지 않고 생산자가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격”이라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넘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내년 10월 인도분 유가는 배럴당 84달러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고유가로 수요 침체의 조짐이 보이면 약 330만배럴의 일일 여유 생산량을 보유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공급량을 늘릴 충분한 동기가 생길 것”이라며 유가 상승 흐름이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