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육아휴직자에게 지급하는 육아휴직 급여의 상한을 기존의 월 최대 150만원에서 200만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육아휴직 급여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려 0.7명까지 추락한 합계출산율을 반등시키겠다는 구상이다.
24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육아휴직 급여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육아휴직의 급여 기간을 기존 12개월에서 18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더해 급여를 인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정부가 육아휴직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육아휴직 급여의 낮은 소득대체율이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육아휴직 급여 소득대체율은 2022년 기준 4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비슷한 제도가 있는 27개국 중 17번째로 낮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소득대체율은 대체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칠레는 소득대체율이 100%에 달하고, 일본의 경우에도 59.9%로 한국보다 한참 높다.
한국의 경우 육아휴직 사용률이 워낙 낮아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육아 페널티의 현실,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을 위한 개선 과제’(2021년) 보고서에서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여성 21.4명, 남성 1.3명이 그쳤다. 소득대체율이 낮은 탓에 육아휴직자 중 대기업 근로자나 고소득자의 비중은 커지는 반면, 월 210만원 이하 소득자의 사용률은 2015년부터 5년간 19.2%나 줄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육아휴직 기간을 18개월로 늘리기로 했지만, 소득대체율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보고서는 “육아휴직 사용이 초래하는 소득 손실이 저소득층 근로자일수록 더 크게 다가오는 만큼 육아휴직 급여 하한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육아휴직 급여 재정의 일반회계 부담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재원이다.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6조3000억원으로 공공자금관리금에서 빌려온 예수금을 제외하면 실적립금은 3조9000억원이 적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내달 10일 토론회를 열고 육아휴직 급여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새로운 사회보험인 부모보험(가칭)을 신설하거나 국고 투입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