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천천서 실종된 50대,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

부산시, 뒤늦게 긴급 대피시설 설치

최근 부산 도심 하천 주변에서 산책하던 주민이 폭우에 실종되는 사례가 반복되자 부산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뒷북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내년 2월까지 재난관리기금 1억9000만원을 투입해 부산지역 주요 도심 하천에 긴급 비상대피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산 동래구 온천천과 사상구 학장천, 삼락천 등 도심하천 양 호안에 100m 간격으로 비상대피용 수직사다리 38개(온천천 26개, 학장천 7개, 삼락천 5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 21일 부산 수영구와 해운대구 사이 수영강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보트를 동원해 전날 온천천에서 불어 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여성을 찾는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하천수위 급상승으로 인한 시민 고립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올 들어 부산에서는 현재까지 학장천과 온천천 등 도심하천에서 3차례에 걸쳐 5명이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를 당해 2명이 실종됐다.

 

지난 20일 오후 5시48분쯤 부산 금정구 부곡동 부산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 4번 출구 인근 온천천에서 불어난 강물에 휩쓸렸던 50대 여성 A씨가 실종됐다 사흘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고 당시 도시철도 역사 교각을 붙잡고 버티며 구조를 요청한 A씨는 힘이 빠져 교각 기둥에서 손을 놓치면서 거센 강물에 떠내려갔다. 당시 119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구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고가 발생한 온천천은 평소 수심이 40cm에 불과했으나, 사고 당일 폭우로 하천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순식간에 수심이 2m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관할구청인 금정구에 직접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으나, 금정구는 정확한 신고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폭우로 하천 수위가 급상승하자 금정구는 자동차단시스템을 통해 온천천 진출입로 39곳에 차단 시설을 작동한 상태였다. 

 

앞서 지난 7월에도 기습폭우로 사상구 학장천 고수부지를 산책하던 60대 여성이 불어난 하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