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고급인력 이민, 韓 저출생 해법 될 수도”

美 예일대서 서울 정책 특강

“동남아 유학생 국내 54개 대학 재학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 제공할 것”
‘서울런’ ‘안심소득’ 등 약자동행 정책
영어로 소개… 국제 원조 노력도 언급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에 온 동남아시아 유학생 등을 정착시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북미 출장 중 21일(현지시간) 미국 예일대에서 가진 특강에서 고급 인력의 이민이 한국 저출생 문제를 푸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예일대 학생과 교수 200여명이 루스홀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30여분간 ‘약자와 동행하는 글로벌 도시 서울’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강연은 예일대 동아시아 학회의 초청으로 마련됐다. 오 시장은 1998년 예일대 법학대학원에 객원교수로 머문 인연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예일대 루스홀에서 영어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특별강연 후 질의응답에서 저출생 관련 질문이 나오자 오 시장은 “(교육비 부담 경감과 함께) 이민이 또다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서 한국에서 이 이슈를 언급하진 않지만 최근 들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1, 2년 후에 많은 국민이 점점 동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동남아 학생들이 한국 54개 대학에 (유학) 와 있다”며 “그들이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논의가 아주 초기 단계이지만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출생에 많은 이유가 있는데 우선 교육비가 많이 든다”며 “첫 해결법은 서울시와 정부가 교육을 잘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면서 이민 확대를 두 번째 해법으로 제시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해 8월 싱가포르 출장 후 싱가포르·홍콩의 이주 가사도우미 제도를 참고해 저임금 육아도우미를 수입하는 안을 제안했다. 오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 국무회의에서 이를 공론화한 후 고용노동부는 올해 말쯤 최저임금을 받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날 예일대 특강에서 오 시장은 영어로 ‘서울런’ ‘안심소득’,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의 인문학’ 등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정책을 소개했다. 저개발국 지원 증가, 저개발국에서 기르기 쉬운 쌀품종 개발 등 국제 원조 노력도 언급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약자·소수자 관련 질문이 주를 이뤘다. 오 시장은 “한국에서 사회적 격차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기 어려운데 공교육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중앙정부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할 위치가 된다면 공교육에 조금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페미니즘에 대해선 “한국의 페미니즘은 과격하다”며 “역사적으로 남성 우위 사회였기에 반작용으로 훨씬 더 공격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생겨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가 좀더 형평이 이뤄지는 사회가 될 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 학생이 어떻게 양성평등을 다루는지 묻자 오 시장은 “10년 전 여성전용주차장을 만드는 등 여성행복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며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여권이 급신장하고 있어 10년 뒤면 아주 실질적인 평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시장은 “다만 기업체 같은 사적 영역에서는 유리천장이 남아 있고 정치 영역에서도 성평등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한국 사회가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정책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는 제 생각과 다를 수 있는데 나도 그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며 “성소수자들의 성적취향을 존중해야 하고 그들이 불편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분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 조금 이 문제에 대해 보수적이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 학생은 오 시장이 10여년 전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했던 일을 언급했다. 이 학생이 “당시에는 선택적 복지 편에 섰는데 최근 발표한 대중교통 정책(기후동행카드)은 보편적 복지로 보여 혼란스럽다”고 질문하자 오 시장은 “지금도 그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반대 측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구분 없이 공짜 점심을 주자는 것이었고 저는 부자에게 줄 돈이 있으면 가난한 사람에게 학비도 도와주자는 입장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달 6만5000원 가량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기후동행 카드 역시 어려운 이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특강 후 진행된 리셉션 행사에서는 100여명의 학생이 줄을 지어 오 시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 시장은 “열심히 공부하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