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위한 영화, 천박사
세 영화 중 가장 늦은 지난 19일 시사회를 가진 ‘천박사’는 김성식 감독, 강동원 주연작으로 철저히 재미에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이다. 강동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 영화에 대해 다른 작품과 비교해 “좀 더 가볍고, 좀 더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진짜 재미만을 위해 만든 영화”라며 “코미디부터 호러, 액션까지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강동원의 2009년 출연작인 ‘전우치’를 닮았다. 전우치가 부적을 쓰는 ‘도사’였다면, 이번에 맡은 천박사는 칠성검을 쓰는 퇴마사이다. ‘개’이자 조수인 초랭이 역할은 인배(이동휘)로 대체됐고, 악인이자 도인인 화담은 악귀 범천(허준호)으로 바뀌었다.
◆승리의 감동 드라마, 보스톤
영화 ‘보스톤‘ 역시 웃음 포인트가 있지만, 그보다는 감동에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다. 강제규 감독의 ‘보스톤’은 일제강점기가 끝났으나 미 군정의 통치하에 아직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대한민국의 서윤복이 1947년 미국 보스턴 국제 마라톤에 출전해 2시간25분39초의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야기는 서윤복(임시완), 손기정(하정우), 남승룡(배성우) 3명의 역사적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 당시 3위를 차지한 남승룡과, 이들 세 사람의 관계는 모르는 이가 많다.
영화는 서윤복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역사 기록의 이면, 치열했던 과정을 복기해 낸다. 강제규 감독은 이 영화가 단순히 애국심만을 고취하는 ‘국수주의’ 영화가 아니라, 서윤복 등 주인공들이 역경을 딛고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12세 이상 관람가로 ‘빅3’ 중 3대(代) 가족이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로 꼽힌다.
◆신선한 스타일, 연기 맛집 ‘거미집’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다른 두 영화에 비해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12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으로, 일류가 되고 싶지만 삼류 취급을 받는 김열(송강호) 감독이 다 찍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 찍으면 걸작이 탄생할 거라 믿고 재촬영을 밀어붙이면서 벌어지는 촬영장의 난장을 담은 희극이다.
송강호 외에도 오정세(강호세 역), 임수정(이민자 역), 정수정(한유림 역), 전여빈(신미도 역), 장영남(백회장 역), 박정수(오여사 역) 등 출연자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영화 속에서 촬영되는 또 하나의 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 정신없으면서도 빡빡한 영화의 흐름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집착을 엿보게 한다.
◆연휴 막바지 주목할, ‘크리에이터’
상영관 수에서는 밀리지만, 추석 연휴에 ‘빅3’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영화로는 추석 전 주에 개봉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와 장기 흥행 중인 유재선 감독의 ‘잠’이 추석 시즌 경쟁에 합류했고, 10월 3일엔 강하늘·정소민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30일’이 관객을 찾는다.
어린이 관객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는 ‘극장판 엉덩이 탐정: 미스터리 가면 ∼최강의 대결’, ‘씰벤져스: 용감한 바다특공대’, ‘80일간의 세계일주’, ‘문바운드’와 10월 3일 개봉하는 ‘드림쏭2’ 등이 있다. 서늘한 날씨를 더욱 춥게 느끼게 할 공포 영화 ‘더 넌 2’도 개봉했다.
박스오피스 경쟁작은 아니지만, 뉴욕의 한인이 운영하는 비디오 대여점에 있었던 비디오테이프들이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을 거쳐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는 기묘한 여정을 그린 ‘킴스비디오’와 10월 3일 개봉하는 회색 당나귀가 서커스단으로부터 구조된 뒤 겪게 되는 여정을 그린 ‘당나귀 EO’도 눈길을 끈다.
단연 주목되는 외화는 추석 연휴 막바지인 10월 3일 개봉하는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크리에이터’다. 인공지능(AI)이 핵폭탄을 터트리면서 미국은 AI를 인간의 적으로 간주하고 박멸에 나선다. 인간과 AI의 싸움이라는 이제는 흔한 소재를 다루는 듯하지만, 이야기는 완전히 새롭고 메들린 유나 보일스를 비롯한 신선한 얼굴들의 연기는 눈길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