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없는데 무슨 소용’…美 뉴욕시, ‘로봇 경찰’에 시민들 눈총

미국 뉴욕경찰(NYPD)이 야간 순찰 업무를 담당할 ‘로봇 경찰’을 선보였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 촬영 기능이 주인 로봇의 치안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경찰 로봇을 공개한 자리에서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이 로봇과 ‘하트’를 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웃음거리가 됐다며 시민들의 이 같은 반응을 전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로봇 경찰’ K5 모델의 시범 운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로봇과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뉴욕시장실 제공

이 매체에 따르면 “이 로봇은 팔이 없어 시장과 하트를 만들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로봇 몸체에 대고 반쪽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는 아담스 시장의 사진이 게시되자 X(옛 트위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뉴욕시는) 저소득자를 위한 주택과 제 시간에 운행하는 지하철이 필요하지만, 대신 하트도 못 하는 로봇 경찰을 얻었다”는 한 누리꾼의 말을 전했다. 

 

뉴욕시가 22일 공개한 경찰 로봇은 미국 로봇업체 나이트스코프가 만든 ‘K5’ 모델로 무게는 400파운드(약 181㎏)에 달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4.8㎞다. 

 

K5는 고화질(HD) 카메라 4대와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 1대를 탑재하고 있어 범죄 현장 등을 녹화할 수 있다.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음성 녹음이나 안면 인식 기능은 없고, 승객이 로봇의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 상담·신고도 가능하다.

 

이 로봇은 뉴욕 타임스퀘어역 주변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순찰하며 두 달 간 시범 운행에 들어간다. 시간당 대여 가격이 9달러(약 1만2000원)라 저렴한 가격으로 야간 순찰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담스 시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로봇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희 의문이 제기된다. 비영리단체 ‘감시기술 감독 프로젝트’의 앨버트 칸 대표는 22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K5가 “바퀴 달린 쓰레기통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칸 대표는 “타임스퀘어에는 이미 충분한 (방범용) 카메라가 존재한다. 이는 공공 안전보다는 홍보를 위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한 시민이 “누군가 (K5를) 플랫폼 아래로 밀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스스로 멈춰세울 브레이크 기능은 있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뉴욕시가 치안 로봇 도입으로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는 로봇 경찰견 ‘디지독’을 도입했다가 이듬해 인권 침해 논란으로 도입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적 있다. 디지독의 촬영 기능으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었고, 당시 치안 강화를 명분으로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 사전 고지 없이 로봇 경찰견을 투입했다가 반발에 휩싸였다. 

 

NYPD는 올해 4월 폭탄 테러·무장 용의자 대응 등 특수 상황에서만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디지독을 재투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