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자영업자 전모씨는 지난 6월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 상품을 안내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 A세무사무소에 문의했다. A사무소는 은행에서 전씨가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대출금의 8%를 ‘컨설팅’ 비용으로 요구했다. 대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업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상담사는 A사무소는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실력 있는 업체라며 전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전씨는 은행에서 자격 미달로 대출이 부결됐다.
대출도 못 받았는데, A사무소는 전씨에게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대출 안내만 받았을 뿐인데, 해당 업체는 대출이 안 나왔더라도 ‘컨설팅’을 받았으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독촉했다. 급기야 지난 7월 A사무소는 전씨를 상대로 채권추심 절차에 들어갔다.
소상공인 등에게 정부의 정책자금을 저금리로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대출금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요구하는 업체들이 활개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대출 부결에 수수료까지 떠안는 상황이지만, 정부 단속은 신고에만 의존하는 데다 신고가 가능하다는 것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
이와 관련해 법제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정책자금 컨설팅 광고가 넘치지만 정작 단속은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고, 컨설팅 수수료도 별도 규정되지 않아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도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지원이 목적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가 중요한데 여기엔 컨설팅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서류 작업 정도를 하면서 대출금의 8∼12%를 수수료로 받는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컨설팅 덕에 대출이 나온 것처럼 설명하고 ‘눈먼돈’을 받는 것은 사기 혐의의 여지도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