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 미끼로 컨설팅비 챙기는 정책자금 브로커

저금리 대출 미끼 소상공인 유인
컨설팅비로 대출금 8∼12% 요구
실제 대출 안 받아도 지불 독촉

불이익 우려 정부 신고접수 꺼려
컨설팅 수수료 규정 마련 등 시급

50대 자영업자 전모씨는 지난 6월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 상품을 안내해 준다는 광고를 보고 A세무사무소에 문의했다. A사무소는 은행에서 전씨가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대출금의 8%를 ‘컨설팅’ 비용으로 요구했다. 대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업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상담사는 A사무소는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실력 있는 업체라며 전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전씨는 은행에서 자격 미달로 대출이 부결됐다.

대출도 못 받았는데, A사무소는 전씨에게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대출 안내만 받았을 뿐인데, 해당 업체는 대출이 안 나왔더라도 ‘컨설팅’을 받았으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독촉했다. 급기야 지난 7월 A사무소는 전씨를 상대로 채권추심 절차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 등에게 정부의 정책자금을 저금리로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대출금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요구하는 업체들이 활개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대출 부결에 수수료까지 떠안는 상황이지만, 정부 단속은 신고에만 의존하는 데다 신고가 가능하다는 것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



대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모(33)씨도 지난 3월 소상공인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업체의 도움을 받았다가 대출금의 12%인 360만원을 컨설팅 비용으로 지불했다. 컨설팅 없이도 대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최씨는 금융감독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기관에 의뢰하라는 답변밖에 듣지 못했다. 최씨를 돕고 있는 유윈탐정사무소 유은혁 탐정은 “해당 업체는 고소하고 싶으면 고소하라는 식”이라며 “오히려 최씨에게 계약 내용을 누설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설명했다.

25일 정책자금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러한 컨설팅 업체의 횡포를 막기 위해 온오프라인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기부 자료를 보면 대출 지원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소상공인에게 허위 대출 약속을 해주는 등 ‘제3자 부당개입’ 신고 건수는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46건에 그쳤다. 지난 1년간 온라인 신고센터로 접수된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고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도 있고 괜히 신고했다가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까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법제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정책자금 컨설팅 광고가 넘치지만 정작 단속은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고, 컨설팅 수수료도 별도 규정되지 않아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도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지원이 목적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가 중요한데 여기엔 컨설팅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서류 작업 정도를 하면서 대출금의 8∼12%를 수수료로 받는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컨설팅 덕에 대출이 나온 것처럼 설명하고 ‘눈먼돈’을 받는 것은 사기 혐의의 여지도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