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6일 밤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연다. 심리는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단식을 마치고 회복 중인 이 대표도 제1야당 대표로는 헌정사 처음으로 구속 심사에 출석한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범죄 혐의 소명 정도, 구속 필요성을 놓고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법정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4월∼2017년 2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공모해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줘 1천356원의 수익을 올리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신의 방북비용 등 8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접촉,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유리한 내용의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이 대표는 검찰이 구성한 혐의 사실이 모두 진술·정황에만 의존한 '소설'이라고 반박하며 범행 동기와 실제 이행 과정까지 세세히 다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중 하나인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부각할 전망이다.
이 대표의 혐의에 위증교사죄가 포함된 데다, 휘하에 거느렸던 공무원들에 대해 광범위한 진술 회유 시도가 이뤄졌다며 '사법방해' 문제를 적극 제기할 계획이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오히려 검찰이 관련자들에게 진술을 압박·회유하는 등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역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직 제1야당 대표의 신분이자 앞서 출석이 요구된 수사·재판에 성실히 응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도 언급하며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할 예정이다.
공소사실의 분량이 상당한 데다 이 대표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이날 심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역대 최장 기록인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10시간 6분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법원은 관련 기록과 양측 주장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이날 밤늦게 또는 자정을 넘긴 27일 새벽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서울구치소에서 심문 결과를 기다린다.
검찰과 이 대표 양측 모두 이날 심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영장이 발부되면 검찰로서는 그간 야권에서 제기해 온 '정치 수사' 꼬리표를 떼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된다.
체포동의안 부결 호소에도 당내 반란표로 인해 구속 심사 법정에 선 이 대표는 2연타를 맞으며 정치생명의 최대 위기에 봉착한다.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을 피할 수 없고, 진행 중인 야권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호소해 온 기존 주장을 강화하며 흔들리던 당내 정치적 입지 재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