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빚, GDP의 2.26배 또 ‘사상 최대 경신’…한은 “더 커질 가능성”

가계부채 비율 101.7%, 신흥국 평균의 2배
집값·대출 반등에 상승전환
“금융불균형 커지면 소비·투자 위축”
세계일보 자료이미지

최근 주택 가격 반등세에 따른 가계대출 상승에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상승 전환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는 101.7%로 올해 1분기 기준 선진국 73.4%와 신흥국 48.4%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명목GDP 비율은 스위스(126.1%), 호주(109.9%), 캐나다(103.1%) 뒤를 이은 세계 네 번째 수준이다.

 

한은은 주택시가총액이 지난 20여년간 명목GDP보다 빠르게 증가해 글로벌 금융위기 시 명목GDP의 2배수준에서 최근 3배까지 늘었고, 낮은 대출금리와 규제 완화 등 완화적 금융여건이 지속되면서 가계신용도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최근 주택가격의 반등세가 나타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됨에 따라 가계부채/명목GDP 비율이 다시 상승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실거래가는 2021년 하반기에는 고점 대비 25% 내외로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7월까지 다시 11.2% 상승했다. 수도권(7.6%)뿐 아니라 여타 지방(1.2%)도 일부 지역(전북)을 제외하고 대부분 반등했다.

 

한은이 가계의 대출수요 규모를 추정해 본 결과, 향후 3년간 가계부채는 정책대응이 없다면 매년 4~6% 정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GDP 성장률을 연간 4%로 가정할 경우 가계부채/명목GDP 비율은 내년부터 재상승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금융금융불균형이 재확대될 경우 중장기적 금융안정 상황을 판단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재차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대내외 여건 급변시위험회피 강화에 따른 디레버리징 가속화와 자산가격 급락으로 인해 소비 및 투자위축이 심화될 경우에는 향후 GDP 경로상 하방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다만, 대출 부실위험에도 불구하고 취약부문 비중이 크지 않고, 9월 말 원리금 상환유예종료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대출 전반의 부실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연체율이 오름세를 유지하더라도 상승폭이 둔화되고, 금융기관의 연체채권정리규모도 늘어나고 있어 장기평균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당분간은 대출 증가세를 적절히 관리해 가계신용/명목GDP 비율 하향 안정화 등 향후 금융불균형 확대 흐름을 완화하는데 정책적 노력을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한은 측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의 공급속도 조절에 이어 장기 주담대, 인터넷전문은행 대출 등 최근 크게 늘어난 부문을 중점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차주단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정착해나가는 가운데,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와 함께 거시건전성정책 운영기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공급을 관리하는 한편, 분할상환 대출 비중 확대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질적구조개선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