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주스·코코아 등 연성 원자재 가격 급등…시민들 이중고”

오렌지 주스에서 생우(生牛)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소비재 상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연성 원자재의 가격이 올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고질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는 소비자들의 상황이 더 나빠질 전망이다. 

 

2022년 10월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과수원 바닥에 상한 오렌지가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다. 하르디카운티=AP연합뉴스

면화와 함께 5대 연성 원자재로 꼽히는 오렌지 주스, 생우, 원당(설탕의 원재료), 코코아 선물 계약은 이번달 각각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매체는 지난 22일을 기준으로 올해 들어 오렌지 주스는 66.9%, 생우는 41.2%, 원당은 36.2%, 코코아 가격은 38.2% 상승했다고 전했다. 

 

연성 원자재만을 측정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골드만삭스 원자재 지수(S&P GSCI)’의 소프트(연성) 지수도 올해 들어 18% 이상 상승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지난달 4.3%를 기록하는 등 고질적인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연성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CNBC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이상기후를 지목했다.

 

미국산 오렌지 주스의 90%를 생산하는 플로리다주는 지난해 연이은 허리케인으로 상당수의 오렌지 나무가 유실됐고, 그 후폭풍이 올해까지 미치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멕시코까지 올해 이상고온으로 수확에 어려움을 겪으며 예상 수확량을 일제히 하향했다.

 

올해 초 미국 중서부에는 장기간 가뭄이 이어지면서 초원과 건초 작물이 손상돼 소 사육두수 감소를 초래했다. 미 농무부는 2025∼2026년까지 소고기 공급량이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의 설탕 생산지인 인도·태국도 기상이변으로 예상 수확량을 하향 조정했다. 인도는 브라질에 이은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이다.

 

소비재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자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한 네슬레 관계자는 에너지와 수송 비용 하락에도 원자재 가격 상향으로 인해 “합산하면 올해 수십억 달러의 투입 비용 상승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 가격 인하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옥수수나 밀 등 농산물 가격이 올해 초 정점을 찍은 후 떨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을 일부 덜어 주고 있다.

 

대두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15% 하락했다. 옥수수와 밀 선물도 올해 1월 최고가를 기록한 뒤 각각 29.6%, 26.7% 하락했다. 

 

일부 분석가는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가 소비 욕구를 감소시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