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긴 팔을 꺼내 입는 계절이 됐지만 2022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이곳 중국 항저우는 여전히 덥고 습하다. 26일 새벽 항저우엔 비가 왔고, 이날 낮 최고기온은 여전히 30도를 웃돌았다. 이런 날씨 속에서 4만5000㎡에 달하는 메인미디어센터(MMC) 주변을 오가다 보면 어느새 목덜미를 타고 땀이 흐른다. 하지만 이곳엔 더위를 식혀 줄 찬물이 없다.
찬물을 찾은 건 항저우 도착 첫날부터다. 항저우 도시 교통이 통제된 상황에서 캐리어를 끌고 40분을 걸어 MMC에 도착했다. 땀에 전 몸을 이끌고 가장 먼저 찾은 건 시원한 물이었다. 마침 눈앞에 ‘DRINK’라고 쓰여 있는 정수기를 발견했다. 하지만 달린 두 수도꼭지는 빨간색이었다. 이곳에서는 컵라면을 끓일 때 쓸 수 있을 법한 물이 나왔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과 함께.
MMC 안 아시아 언론인들이 모인 메인 프레스 센터(MPC)에서는 정수기 대신 페트병으로 된 생수가 상자째 쌓여 있었다. 시원하게 보관할 법도 했지만 냉장고가 보이지 않았다. 급한 대로 따듯한 물을 마시며 다짐했다. 미디어 빌리지(숙소)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냉장고에 있는 물부터 마시리라. 체크인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섰다. 냉장고가 보이지 않았다. 17세기부터 쓰던 냉장고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겠다고 선언한 중국에서 보이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하며 숙소에 달린 모든 문을 열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하루가 지났다. MPC 안내 데스크에 냉수가 나오는 정수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왜 찬물을 찾느냐”는 것이었다. 마시려고 한다고 말하니 웃으며 “없다”고 답했다. ‘없을 리가’ 했던 기자의 의심은 첫 식사를 위해 내려간 MPC 식당의 냉장고를 보고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곳에 냉장고에는 각종 중국 음료와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곧바로 이 앞으로 뛰어가 문을 열었다. 시원한 냉기를 기대했지만 냉장고 속은 실외온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은 물론 탄산음료도 시원하지 않았다.
한국인 자원봉사자를 만나 물었다. 왜 이곳엔 찬물이 없을까. 대답은 간단했다. 중국사람들은 차가운 물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맥주도 냉장 보관하지 않는다고.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들이 가득한 한국과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잠들기 전 세면대에 찬물을 받아놓고 그 안에 페트병을 넣어 두면 다음날은 조금 시원해질까. 찬물을 마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