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어제 열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서관 출입구에 도착해 타고 온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서 내린 뒤 지팡이를 짚고 법원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위증교사 등 사건별로 검찰과 변호인단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제1야당 대표가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법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 대표의 신병처리 결과는 내년 4월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영장 기각을 위해 사법부에 압박 공세를 폈다. 법원에 소속 의원 161명 명의의 영장기각 탄원서를 제출하며 ‘국정파행’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사법부를 겁박했다. 하지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구속 필요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절차일 뿐 유죄냐 무죄냐를 판정하는 것은 아니다. 영장 전담판사가 법리와 증거, 양심에 따라 한 판단인 만큼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결과에 승복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친명(친이재명)계 홍익표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점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의원 색출 명분을 내세운 친명계의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찍어내기’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제 비명계 김종민 의원을 겨냥한 살해 협박 게시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선 일이 있어 우려를 더한다. 당의 내홍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게 분명하다. 사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10여가지 혐의는 민주당과는 상관없는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이 바라는 정통 야당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닐 것이다.
민주당의 이 대표 방탄은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귀결되고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의원들이 더 이상 민생을 내팽개쳐선 안 될 일이다. 역대 국회가 지금처럼 국민에게 폐를 끼친 적이 있었나. 지금 국회에는 처리가 시급한 민생 법안이 쌓여 있다. 10년 이상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 중대범죄 피의자 얼굴 공개 등에 관한 법률, 우주항공청 설립 법안 처리는 한시가 급하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도 서둘러 처리돼야 한다.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는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여야 모두 이 대표의 거취는 법원에 맡기고 민생을 살피는데 주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