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이재명계’의 태세전환인가, 아니면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벗어났다는 후련함인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놓고 당내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잇따라 가결표에 큰 의미가 있었다거나 그 속에 구속을 바라는 뜻까지 담기진 않았을 거라는 취지 주장을 27일 펴 주목된다.
중립 기관인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이 대표가 오히려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에게도 그렇고 당에도 그렇고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도망 다닌다, 또는 사법 리스크를 안고 방탄 정당을 한다는 국민의 불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법원 판단의 의미를 우선 짚었다.
김 의원 발언은 ‘영장실질심사 받고 털고 옵시다라고 주장했던 분들, 가결표 던졌던 분들에게 당이나 이재명 대표가 고마워해야 되는 입장이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 부결로 만약 당이 똘똘 뭉쳤다면 ‘구속 리스크’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겠지만 국민에게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자칫 가시밭길 걸을 수도 있었을 거라면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정면으로 부딪친 일이 ‘전화위복’이 돼 비교적 순탄한 향후 여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를 강조하듯 김 의원은 “법원의 판단, 양쪽 기록을 다 본 중립기관의 판단을 구해보는 게 지리한 싸움의 정리정돈에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고 본다”고 짚었다.
같은 맥락에서 “체포 동의안 가결과 부결이 이재명 대표를 잡아 가두냐 마느냐는 시각 자체도 법리적으로 맞지 않고 결과적으로도 맞지 않다”며 “우리가 부결시켜서 방탄 정당이라는 싸움을 (총선까지) 내내 지리하게 한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도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영장 기각에 당혹스럽지는 않았냐’는 진행자 질문을 받고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혹스럽지는 않았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이 의원은 “체포 동의안에 가결표나 무효·기권표 던진 사람들이 39~40명 정도 되는데 그분들이 (이 대표 더러) 구속되라고 한 게 아니다”라며 “방탄 정당의 프레임을 벗어나야 하니까 일단 영장실질심사를 받아라(는 뜻)”고 설명했다.
그간 스스로 불체포 특권 포기를 내세운 이 대표의 논리대로 민주당을 더 이상 방탄 정당 프레임에 갇히지 않게 하고, 법원에서의 영장 기각으로 떳떳하게 돌아 나옴으로써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게 될 거라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어떻게 하고 이런 건 아니었다는 말인가’라는 진행자 물음에도 “전혀 아니다”라며 “그렇다면 구속이 됐어야 한다. 그게 아니고 판사 앞에 가서 정정당당하게 소명하고 나오라고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계속해서 자신보다 앞서 같은 방송에 나온 안민석 의원의 이른바 ‘가결파’ 징계 필요성 주장과 연관 지은 당 분위기 전망 예측 질문에는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이번에 가결한 의원들 덕분에 민주당은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