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부순 권순우, 테니스협회 파산 압박 컸나…감독 사비로 아시안게임 일정 버티는 대표팀[영상]

테니스협회, 2015년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리모델링 사업 진행하면서 국내 기업에 30억원 빌렸다가 재정 악화
원금 30억원은 상환했으나 쌓인 이자만 50억원 넘어
협회 명의 모든 통장이 압류, 법인카드 정지
지난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 패배한 권순우가 분을 이기지 못 하고 라켓을 내려치고 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갈무리.

 

우리나라 테니스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감독 사비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대한테니스협회는 지난 2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에게 테니스 동호인 등 팬들이 모은 성금 122만원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안동테니스협회는 1000만원을 기부했고 장호테니스재단, 한국시니어테니스연맹, 김두환 전 대한테니스협회장, 김문일 전 국가대표 감독도 국가대표팀 돕기 성금에 동참했다.

 

테니스 대표팀 감독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 카드를 쓰는 이유는 테니스협회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

20일 출국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단.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협회는 지난 2015년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에 30억원을 빌렸다가 재정이 악화됐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 원금 30억원은 상환했으나 쌓인 이자만 50억원이 넘는다. 결국 지난 8월 협회 명의의 모든 통장이 압류됐다. 이번 아시안게임 출국을 일주일 정도 남긴 9월 둘째 주에는 법인카드가 정지됐다.

 

정희균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이 문제로 이달 초에 물러났고, 이후 선임된 회장직무대행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현재 손영자 전 안동테니스협회장이 ‘직무대행의 대행’을 맡아 협회를 이끌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다른 운동종목 협회는 포상금을 내걸고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 나섰지만 테니스 대표팀은 당장에 현지에서 써야하는 비용을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권순우(26·당진시청·세계 랭킹 112위)의 비매너 행동이 이와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다. 권순우는 한국 테니스 간판선수로 메달권 유력 후보다.

 

권순우를 비롯해 테니스 대표팀 선수 모두가 협회의 파산 직전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팬들의 응원 성금, 현지에 있는 동안 감독의 개인 카드로 지내야 하는 상황 등이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런 압박감을 지닌 채 지난 25일 상대 선수인 카시디트 삼레즈(태국·세계 랭킹 636위)의 ‘메디컬 타임아웃’을 이용한 심리전에 패배하자 멘탈이 흔들리면서 참아왔던 화가 폭발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