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겸업 ‘이도류’로 미국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주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집도의는 “오타니가 2024년 개막일에는 타자로 출전하고, 2025년에는 투수와 타자로 모두 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투수로 뛸 수 없다는 얘기다. LA다저스 에이스인 좌완 선발투수 훌리오 우리아스는 가정폭력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특급 투수 2명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이다. 류현진을 비롯한 다른 FA 투수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상대가 잘못하거나 무능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건 우리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집권 5년 내내 지리멸렬한 야당 덕을 톡톡히 봤다. 문재인정권은 보수 세력의 자멸로 집권하고 ‘야당 복’으로 정권을 유지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온갖 정책 실패와 국정 난맥상에도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의 자중지란으로 2020년 총선에서 압승했다. 당시 박지원 의원이 “문 대통령은 야당 복, 그것도 천복을 타고 났다”고 했을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도 야당 복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논란 등 악재들이 줄을 이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이은 구속영장 기각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민주당의 ‘방탄 국회’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이 대표가 구속을 피하고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그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고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란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이 대표 재판 추이와 검찰의 추가 수사 향배에 따라 사법 리스크는 다시 현실화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비명계에 대한 ‘제재’에 나서면 민주당이 계파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소지도 있다. 하지만 여당이 이전처럼 당 대표 사법 리스크에 빠진 공룡 야당의 분열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의 비교가 아니라 집권당으로서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형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