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은 매달 떠올라 일 년이면 열두 번 우리 곁으로 온다. 음력 8월 가을 밤하늘의 달이 매일매일 그 살을 채우고 있다. 달이 가득 채워지는 9월29일은 바로 ‘한가위’다. 추석은 일 년 농사를 무사히 마치고 조상에게 감사의 차례를 올리는 전통 민족 큰 명절이다. 고향에 부모님을 뵈러 먼 길을 떠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친지와 함께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민족 소통의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행복한 날, 외로운 이들도 있다. 태어난 곳을 떠나 이역만리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 이민자들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우리의 한가위와 같은 명절들이 있다. 가장 많은 결혼이민자가 이주해서 ‘사돈의 나라’가 된 베트남의 경우, ‘뗏 쭝투’(음력 정월 초하루)라는 날이 있다. 이날에는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며, 온 가족이 모여 달구경을 한다. 사자춤이나 연등 행렬 등 거리공연을 즐기며 쌀과 돼지고기, 콩 등을 넣고 쪄낸 전통 떡인 ‘반 쭝투’를 만들어 먹는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는 오봉절(양력 8월15일)이 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조상들의 영혼을 대접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일본 고유 명절이다. 이날 전후로 가족과 함께 ‘오봉야스미’(お盆休み)라는 연휴를 즐기며, 달 모양의 떡 당고(?子)를 만들어 먹는다. 연휴 마지막 날 저녁에는 등불로 장식한 무대 주위에서 다 함께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전통이 있다.
우리나라 한가위와 그 의미가 가장 비슷한 것은 아마도 미국의 ‘추수 감사제’(11월 넷째주 목요일)일 것이다. 신대륙으로 이주한 이민자가 어렵게 정착하는 과정에서 1620년 가을 첫 수확을 감사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잔치로, 칠면조 요리는 추수감사절 대표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