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탄소와의 전쟁’ 시행 코앞…“철강업계 영향 가장 커”

10월1일부터 유럽연합(EU)에 시멘트, 전기, 비료, 철 및 철강 제품, 알루미늄, 수소 등 6대 품목을 수출할 때는 EU 측에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은 10월부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전환 기간에 돌입함에 따라 우리 기업을 위해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안내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공개했다.

 

◆10월부터 전환 기간…시행은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CBAM은 탄소배출량 감축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국가로 탄소배출이 이전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됐다. EU가 역내 환경규제를 강화할수록 생산시설이 규제 수준이 낮은 지역으로 이전되거나, 저탄소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로 생산 원가가 상승해 역외국 대비 불공정한 상황에 노출된다는 문제가 생겨서다.

 

CBAM은 사전에 승인받은 신고인만 EU 역내로 시멘트, 전기, 비료, 철 및 철강 제품, 알루미늄, 수소 등의 상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다.

 

승인된 신고인은 전년도에 수출한 상품의 내재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매입해 제출해야 한다. 만약 원산지국에서 이미 지불한 탄소 가격이 있다면 제출할 인증서에서 그만큼 차감해준다.

 

EU는 오는 2026년 이 같은 내용의 본격적인 CBAM 시행에 앞서 제3국 기업이 내재 탄소 배출량 산정 및 인증서 제출 의무를 원활히 준비할 수 있도록 10월1일부터 2025년 말까지를 전환 기간으로 두고 있다.

 

전환 기간에는 보고 의무만 부과한다.

 

첫 보고는 전환 기간 개시 후 첫 분기인 2023년 10∼12월을 대상으로 한다. 2024년 1월에 탄소 배출량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기업이 탄소 배출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보고되지 않은 내재 배출량 1t당 10∼50유로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불성실 보고가 지속하면 할증된 과태료를 적용받게 된다. 

 

오는 2024년까지는 EU 이외의 제3국에서 시행하는 탄소 배출량 산정 방식이 허용되지만, 2025년부터는 EU 방식만 적용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EU식 내재 배출량 산정에 대비해야 한다.

 

2021년 12월 31일(현지시간) 가동 중단이 임박한 독일 바이에른주 군트레밍엔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군트레밍엔=AP·DPA연합뉴스

◆“철강 비중 약 90%…韓 기업 영향 상당”

 

무협은 CBAM이 2026년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CBAM 적용 대상 상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협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EU 수출액 681억달러 중 CBAM 대상 품목의 수출액은 51억달러(7.5%)였다.

 

특히 CBAM 대상 품목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9.3%(45억달러)에 달해 철강업계가 CBAM 시행의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알루미늄도 10.6%(5억4000만달러)를 차지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료, 시멘트, 수소의 대EU 수출은 544만달러로, 대EU 총수출액의 0.1%에 불과했다.

 

EU는 현재 CBAM 대상인 6대 품목 외에도 유기 화학물, 플라스틱 등을 추가로 포함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아 무협 수석연구원은 “경쟁력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이 탄소배출권거래제(K-ETS)를 시행하고 있고, 철강의 탄소배출집약도가 러시아·우크라이나·튀르키예 등 주요국보다 낮은 편이라서다.

 

이 수석연구원은 “다만 K-ETS는 EU ETS와 배출권 가격에서 큰 차이가 있고 운영방식도 상이해 우리 기업이 K-ETS를 통해 지불한 비용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탄소배출 규제는 EU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강화되고 있는 점에 대비해야 한다”며 “미국, 영국 외에도 캐나다도 탄소국경조정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해당 국가의 입법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주요 국가들이 탄소 중립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저탄소배출 상품의 가치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기업은 탈탄소 공정,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탄소중립 경영전략을 본격화하고 정부도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제 대응 중요…시행까지 긴장해야“

 

코트라는 CBAM 관련 우리 기업의 체크 포인트를 제시했다. 

 

코트라는 “EU에 수출 시 제품에 내재한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보를 요청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요구사항을 상세히 파악하고 이행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EU가 유기화학품, 폴리머 등 탄소누출 위험이 있는 기타 제품으로 CBAM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므로 관련 기업은 탄소발자국 정보를 확인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수입신고자의 승인부터 탄소배출량 검증, 검증기관 인정, 생산국에서 이미 지불한 탄소 가격 계산 방식 등 세부사항이 추후 이행법률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2026년 제도 시행까지 이행법 입법 동향을 잘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트라는 CBAM 관련 자주 묻는 말과 핵심 내용을 담은 ‘Q&A로 살펴보는 CBAM’ 코너도 마련했다.

 

코트라는 ‘제품에 내재한 배출량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기본값(Default Value)으로 배출량을 보고할 수 있다”며 “기본값 보고가 불가능할 경우 수출 국가 및 제품에 대한 기본값은 각 수출 국가에서 가장 실적이 좋지 않은 10% 생산설비의 평균 배출 강도로 설정될 예정”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