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왔다. 법원이 27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다. 그간 사법리스크로 흔들렸던 이 대표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는 영장 기각 이후 서울구치소 앞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이제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영장 기각 후 치료를 위해 녹색병원으로 돌아간 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10월11일)를 겨냥해 ‘정권심판론’을 띄우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 대표는 이날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의 통화에서 “강서 보궐선거는 ‘정권 심판’ 선거인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라며 “저들의 무도한 폭력적 지배, 민생 실패, 국정 실패를 심판하는 선거라 강서구민만이 아니라 전국적 선거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정치하면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며 “우리 당도 있는 방법을 다 찾을 테니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연 뒤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표 표적 수사와 무리한 구속 시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이번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한동훈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앞으로도 정권의 폭정에 정면으로 맞서겠다. 이 대표 중심으로 당의 역량을 총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당대표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면서 이날 의총 또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전날 선출된 홍익표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제가 취임과 동시에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고, 의원들 사이에서는 호응하는 박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심야 의총 때만 해도 의원 간에 고성이 오가고 일부가 ‘탈당’을 언급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바 있다.
민주당이 고비를 넘기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홍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진행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인사말에서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국회와 야당을 이렇게 무시한 경우는 없었다”며 “국회에 대한 존중 그리고 야당을 대화 파트너로서 인정하는 태도와 자세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로 촉발된 민주당 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남아 있다는 평이 나온다. 당장 당 지도부는 이날도 ‘가결파’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한다”며 “피멍 들게 한 자해 행위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 반드시 외상값을 계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