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우리나라 기업들의 빚 규모가 2700조원을 넘어섰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기가 쉽게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급증한 기업대출은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신용은 올해 2분기 기준 2705조8000억원(잠정)으로 전년 동기(2511조9000억원) 대비 7.7%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대출이 1908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채권 657조7000억원, 정부융자 139조2000억원 등이다.
2019년 초 1800조원대였던 우리나라 기업신용 규모는 2020년 1분기 2000조원대로 올라섰고, 이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해 2분기 2700조원을 돌파했다.
명목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24.1%로, 전분기(123.0%)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9년 1분기(113.6%)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있던 2009년 3분기(99.6%)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체됐던 명목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2018년 이후 시설·운전자금 수요 증가를 비롯해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확대 노력, 코로나19 금융지원조치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신용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2.2%(전년 동기 대비)에서 지난해 4분기 10.1%, 올해 1분기 9.5%, 2분기 7.7% 등 점차 둔화하는 모습을 이어갔지만, 기업 재무건전성은 주요 업종의 업황 부진 여파로 약화한 상황이다. 한은은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전기·전자 등 주요 업종의 업황 부진 등에 따라 둔화됐다”며 “이자지급능력도 수익성 저하와 높은 대출금리 등의 영향으로 약화하고, 유동성과 안정성도 다소 저하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이 국내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올해 1분기 부도위험기업 비중은 17.3%로, 1년 전(15.6%)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기업은 총자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감소, 자본비율 하락으로 신용위험이 소폭 높아졌으며 중소기업도 매출액 및 이익잉여금이 감소하고 자본비율도 하락하면서 신용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최근 다소 둔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부채는 다음달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를 앞두고 발간한 ‘한눈에 보는 재정·경제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최근 기업부채 현황을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꼽았다. 보고서는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증한 기업대출은 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연체율이 추가로 더 올라간다면 늘어난 기업대출이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정처는 신용보증기금 등의 부실률이 높아지면서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도 상존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와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및 연구개발 자금 조달 지원 등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부실기업의 증가는 신용보증기금 등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