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위기… 제2금융권 안전할까

올해 한국 금융의 ‘뇌관’중 하나로 꼽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불발’일까, ‘예고된 재앙’일까. 상반기 기준 부동산 PF 연체율이 2.17%로, 1분기 보다 오른 것으로 조사되면서 부실이 본격화되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부동산PF 대출 잔액이 많은 은행이나 보험사들의 연체율이 극히 낮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지난해부터 계속 예고된 ‘악재’였던 만큼 금융당국의 관리도 진행중이다. 

 

문제는 증권, 저축은행, 캐피탈과 같은 제2금융권이다. 연체율 상승이 가파른데다 사업장 중 부실 가능성이 높아 언제든지 위기 가능성이 재발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 PF 익스포저를 분석할 경우 저축은행의 위험도를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 연합뉴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전체 부동산PF 연체율은 2.17%로 3월말의 2.01% 대비 0.16%포인트가 상승했다. 지난해 12월말의 1.19%와 비교해보면 1%포인트 가량 올라간 수치다.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1분기의 상승추이는 0.82%포인트였지만 2분기 상승추이는 0.16포인트로 둔화되고 있어 금융전반에 대한 위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부동산PF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 보험의 연체율이 낮은 것도 부동산PF발 위기론을 가라앉히는 논리의 주된 근거로 사용된다. 6월말 기준 전체 대출잔액(133조100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43조1000억원·32.3%), 보험(43조7000억원·32.8%)의 연체율은 각각 0.23%, 0.73%에 그쳤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25일 보고서에서 시중은행의 부동산PF 리스크에 대해 “시중은행은 저위험 대출을 중심으로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제한적으로 유지해왔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제2금융권’이다. 6월말 기준 증권(5조5000억원), 저축은행(10조원), 여신전문(26조원) 대출잔액은 은행·보험보다는 낮지만 연체율은 증권이 17.3%, 저축은행 4.6%, 여신전문 3.9%로 높은 수준이다. 1분기 대비 연체율 상승추이는 증권과 저축은행, 여신전문 모두 줄어들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의 재무정도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신용평가사에선 부동산PF  리스크 수준을 볼때 증권과 캐피탈보다 저축은행이 더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6일 펴낸 보고서에서 증권의 부동산PF 리스크 척도를 2.6, 캐피탈은 2.7로 본 반면 저축은행은 3.3으로 측정했다.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 PF 익스포저 분석 결과도 증권<캐피탈<저축은행 순이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저축은행의 리스크를 높게 평가한 이유로 PF익스포저의 양적변화 미미와 종합적인 PF익스포저 질적 위험 증대 및 낮은 업체간 차별성을 제시했다. 업권 전반적으로 위험도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기평은 “(저축은행의) 과도한 브릿지론 규모로 인해 타 금융업권 대비 질적·양적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한기평은 “저축은행 업계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 연체율이 상승 중이나, 3월말 기준 절대적인 수

 

치는 각각 5.8%, 5.4%로 지표상 위험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신규 PF 취급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익스포저 축소가 더딘 점을 고려할 때 PF 진행이 원활한 사업장이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속되는 정부의 금융 지원책, 부동산 경기 부양책 등을 고려할 경우 부실의 이연(Extend & Pretend)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고, 잠재 부실은 알려진 수치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증권사의 경우엔 향후 1년간 브릿지론의 만기가 집중되어 있어 부실 확대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PF대응력은 우수하다고 평가했고, 캐피탈업계의 경우에도 이익창출력 및 자본완충력 대비 대체 감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