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의 ‘영수회담’ 제안 메시지로 윤석열 대통령을 바라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을 ‘김기현 대표부터 만나라’며 국민의힘이 29일 잡아챘다.
일찌감치 김 대표가 무기한 단식 투쟁 중이던 이 대표에게 ‘여야 대표 회담’을 제의했던 만큼 이 자리부터 거쳐야 한다는 취지로 보이는데, 민생 현안 논의는 여야 대표 간에 이뤄지는 게 기본이라고 국민의힘은 내세운다.
무엇보다 ‘민생파괴와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등 조건을 내걸고 단식 투쟁을 벌였던 이 대표가 이번에는 ‘조건 없이 만나자’며 허심탄회한 국정 논의 자리를 요구한 점도 주목된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이 여당 총재이던 시절에나 통하던 ‘영수회담’이라는 말이 불쑥 나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민생 현안을 논의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 자체는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다만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이지 여당 총재가 아니다”라며 “국회에서 논의할 민생 현안은 여야 대표끼리 만나 협의하는 게 의회민주주의의 당연한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드는 것이고 이 지상과제 일에선 여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일 수 없다”며 “12월 정기국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는 말과 함께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던 이 대표에게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강 수석대변인은 여야 대표 회담을 이 대표와 민주당이 ‘국민적 비난’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될 거라며 강조하고, “격에도 맞지 않는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형사 피고인으로서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신분세탁 회담에 매달리지 말고, 진정한 민생정치로 회복을 위해 국민의힘이 제안하는 여야 당 대표회담에 먼저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추석 민심에 호응할 길도 제시했다.
이 대표의 단식 투쟁 17일째이던 지난 16일 김 대표는 SNS에서 “단식 중단을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한다”며 “이 대표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즉시 여야 대표회담을 열고 민생에 대해 치열한 논의를 합시다”라고 글을 쓴 바 있다.
당시 김 대표는 “정파가 다르고 이견이 있더라도 정치는 협의하고 조율해 가는 과정”이라며 “그러기에 여야 당 대표 간 대화의 문은 늘 열려있어야 한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언제 어디서든 이 대표와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열린 마음을 드러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김 대표의 여야 회담 제안에 응하지 않고 곧바로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의해 마치 ‘여당 대표 패싱’처럼 비쳐지자 국민의힘이 중간에 나서 ‘순서를 잘 판단하라’는 뉘앙스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 ‘조건 없는’ 표현을 내건 이 대표의 메시지는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한 정부의 반대입장 천명 및 해양법재판소 제소’와 ‘국정쇄신과 개각 단행 촉구’ 등을 앞세웠던 단식 투쟁 시작과도 대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