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가곡 작곡가가 전한 ‘사람들 많이 울리는 노래’

‘작곡하는 경영학자’ 김효근 교수의 인기 가곡 중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부르는 사람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듣는 사람이 많이 울어
김 교수가 정립한 '경영예술' 개념… 고객에게 상상도 못 한 경험과 감동 주는 예술 걸작 같은 제품과 서비스가 중요한 시대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부르는 사람이 가장 많이 우는 곡이라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듣는 사람이 많이 우는 곡입니다.”

 

가곡의 예술성에 세련된 감각을 입혀 대중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아트팝 가곡’의 창시자인 김효근(62) 이화여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이 작곡한 인기 가곡 ‘가장 아름다운 노래’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특성을 이렇게 비교했다. ‘작곡하는 경영학자’로 불리는 김 교수는 이 두 곡 외에도 ‘눈’, ‘내 영혼 바람되어’, ‘첫사랑’ 등 대중의 사랑을 받은 곡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우리 가곡이 소생할 수 있도록 크게 기여한 스타 가곡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가곡들은 특히, 외롭고 힘든 처지의 사람들에게 위안이 된다. 위로와 희망, 사랑, 용서, 행복, 회복, 구원 등의 메시지를 담은 아름다운 가사와 영롱하면서도 따스한 선율이 주는 힘이 크기 때문이다. 

‘작곡하는 경영학자’로 불리는 김효근 교수가 지난 9월 18일 이화여대 경영대학 내 개인 연구실에 자리한 건반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그는 ‘미래가 불안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은 무엇인가’는 질문에 2019년 지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꼽았다. “지금 이 열악한 처지를 비관해서 절대로 포기하거나 멈추지 말아라. 가장 아름다운 너의 노래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불려지지도 않았다. 희망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자”라는 의미를 담은 곡이라는 설명과 함께. 튀르키예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시 ‘진정한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로 알려진다. 이 시는 ‘가장 위대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고,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로 시작한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김효근 작사·작곡)

 

가장 아름다운 노래

아직 부르지 않았지

오늘 나 초라하고 슬퍼도

지금 멈추지 않을 테요

 

​가장 아름다운 노래

언제나 소중한 나의 꿈이여

내일 찬란하게 빛나리니

지금 끝내지 않을 테요

 

​부딪히고 넘어져도

한걸음 또 한걸음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힘겹게 눈물겹게

 

오늘이여 나 다시 시작하겠소

내일이여 그대는 듣게 되리니

세상이여 영원히 기억하리라

​아름다운 아름다운 아름다운 가장 아름다운 나의 노래여

 

작곡가 김효근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2023.09.18 남정탁 기자

김 교수가 “듣는 사람들이 많이 우는 곡”이라고 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를 직접 번역해 작곡했다. 이 곡은 그에게 오랜 숙제였다고 한다. “중학생 때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려워졌는데 이발소에 갔다가 벽에 걸린 푸시킨의 시를 봤어요. 그 시 덕분에 힘든 시절을 견뎌냈습니다. 본격적으로 작곡 활동을 시작한 2007년 이후 항상 ‘위시리스트(작곡 희망 목록)’에 올려뒀는데 2014년에야 완성했네요.” 첫 소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10개 글자에 맞는 음표들을 조합해 처연함과 비장함, 속상함, 희망을 한데 느낄 수 있는 곡을 만드느라 7년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김효근 번역·작곡)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마

슬픈 날들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들 오리니

 

세상이 그대를 버릴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마

힘든 날들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꼭 올 거야

 

마음은 미래를 꿈꾸니 슬픈 오늘은 곧 지나버리네

걱정 근심 모두 사라지고 내일은 기쁨의 날 맞으라

 

삶이 그대를 차마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화내지마

절망의 날 그대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꼭 올 거야

 

작곡가 김효근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2023.09.18 남정탁 기자

김 교수가 경영학자로서 개념을 정립한 ‘경영예술론’도 학계에선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파고를 돌파할 수 있는 열쇠로 경영예술을 주창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선진국 제품을) 모방해서 싸게 잘 만드는 전략으로 성공했는데 이젠 잘 따라 하는 것만으론 안 되는 시대입니다. 애플, 구글, 테슬라, 넷플릭스, 유튜브 등에 당하는 것 보세요. 우리 기업들도 고객이 미처 상상하지도 못한 경험을 하면서 감동할 수 있는 걸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경영예술의 핵심은 “모방(해서 업그레이드)한 작품 같은 거 말고 시대를 바꿀 수 있는 걸작, 고객이 상상도 못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객이 감동을 받으면 주변에다 홍보하고 비싼 제품이 나와도 계속 사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수입은 늘고 비용은 주니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경영예술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애플은 고객들이 아이폰을 사용하는 순간 우리가 위대한 예술작품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진한 감동을 느끼도록 만듭니다. ‘아이폰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소장품’이란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거죠.” 

 

이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이란 회사를 세울 때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이 제품을 만드는 철학과 이유를 언제 어디서나 강조하고 실제 제품 제작에 반영한 결과라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잡스의 철학은 ‘세상을 지금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게 내가 물건을 만드는 이유다. 모든 제품은 엄청 예뻐야 하고, 간단해야 하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세 가지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내가 만든 제품이 아니다’란 거였어요.” 

 

김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경영예술에 대한 철학과 실행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만 우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경우 고객들은 얼마든지 다른 싼 제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며 “(고객이 변심하지 않도록 할) 걸작품을 만들려면 그(제품) 안에 아이덴티티(고유의 정체성)가 살아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