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전지희의 여자복식 금메달은 21년 만의 아시안게임 한국 탁구 금메달...‘남북대결’의 중압감 이겨낸 쾌거

여자복식 세계랭킹 1위 전지희-신유빈 조가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최강임을 입증했다. 올해 더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이후 꾸준히 유지해온 상승세가 아시안게임에서 절정을 이뤘다는 평가다.

 

전지희와 신유빈이 출전한 여자복식 결승전은 남북대결 구도가 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했다. 전지희-신유빈 조는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이미 남북경기를 펼친 바 있다. 북측의 김금용-변송경 조를 이겼다. 한 대회에서 두 번이나 남북경기를 벌였고, 두 번 다 이겨냈다. 남과 북이 아시안게임 탁구경기 결승에서 맞붙은 것은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남자단체 결승 이후 무려 33년 만의 일이었다. 여자 개인복식 결승에서 만난 것은 당연히 처음이었다. 전지희-신유빈 조가 역사를 쓴 것이다. 

 

한국 여자탁구가 이번 대회 이전까지 따낸 개인복식 금메달은 남자 단체 결승에서 남북대결이 있었던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현정화-홍차옥 조가 처음이었고, 한국에서 열린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석은미-이은실 조가 마지막이었다. 현 여자대표팀 석은미 코치가 바로 2002년 금메달리스트다. 금메달DNA를 후배들에게 물려준 석은미 코치는 경기가 끝나는 순간 코트로 내려와 후배들을 얼싸안았다.

 

전지희-신유빈 조의 금메달은 단지 여자복식만이 아닌 한국탁구 남녀 모든 종목을 통틀어 무려 21년 만에 획득한 금메달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시안게임 포디움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가 걸렸다. 중국 관중으로 가득 찬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전지희-신유빈 조는 2021년 도하 아시아탁구선수권 금메달, 2023년 더반 세계탁구선수권 은메달을 따냈으며, WTT 컨텐더 시리즈에서도 6월 라고스, 7월 자그레브, 8월 리마대회까지 올해만 세 번이나 우승하며 여자복식 세계 1위에 오르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직전 평창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중국 조에 패해 동메달에 머물렀으나,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중국의 우승후보들이 일본과 인도에 패했고, 바로 그 일본과 인도를 이긴 남과 북 선수들이 결승에서 만났다. 

 

전지희와 신유빈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합작했고, 각각 장우진, 임종훈과 함께 뛴 혼합복식에서도 동반으로 4강에 올라 동메달을 따냈다. 신유빈은 개인단식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여자부 마지막 경기로 치러진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최상의 마무리를 해냈다. 내년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파리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쌓아올린 자신감도 메달 이상의 값진 성과다. ‘파트너’는 시상식에서 손을 맞잡고 한 번 더 하트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