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신공항 보이콧’ 배수진… 대구 “합의문 지켜라” 반박

‘화물터미널’ 위치 갈등 점입가경

국토부 용역서 ‘군위군 배치’에 의성 반발
郡 “합의문 ‘물류단지’에 터미널도 포함”

市 “군사보안 때문에 불가능한 입지
정부·경북도와 주민 설득 지속할 것”

2030년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 신공항 화물터미널 위치를 놓고 대구시와 경북 의성군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여객 터미널이 들어서는 군위군에 화물터미널을 건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성군은 공항 물류단지 건설이 예정된 의성에 화물터미널이 들어서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3일 대구시에 따르면 화물터미널은 민간 공항 시설이 있는 대구 군위에 배치해야 한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속에 의성군이 “신공항 사업 자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배수진까지 치면서 화물터미널 문제가 신공항 건설 사업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공동합의문에 ‘군위 배치’ 명시”

대구시와 의성군 갈등의 발단은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대구 민간 공항 이전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다. 이 용역 결과에는 약 1만㎡ 규모 대구·경북 신공항 화물터미널을 의성이 아닌 군위에 배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화물터미널이 의성에 들어설 것으로 생각한 의성 군민들은 이런 결과가 나오자 크게 반발했다. 시는 2020년 6월과 8월 각각 군위군, 의성군과 체결한 공동합의문을 근거로 들면서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공동합의문에는 민간 공항(여객·화물) 터미널은 군위에, 항공물류·항공정비산업단지는 의성에 배치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같은 해 7월 대구시와 경북도가 작성한 공동 합의문에도 ‘민간 공항 터미널, 공항진입로, 군 영외관사는 군위군에 배치한다’고 명시했다.

의성군은 2020년 8월 합의문의 ‘항공물류단지’에 화물터미널이 포함해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시는 여객 및 화물터미널은 공항시설법상 공항시설에 해당하고, 물류단지(물류터미널)는 물류시설법상 물류시설의 집합체로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화물터미널이 군위에 가는 것이 당시의 약속이었는데 의성이 말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시는 의성군이 2021년과 2022년 공동합의문을 구체화하는 공항시설 협의 단계에서도 화물터미널이 군위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전제로 접근성 향상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해 왔다고 밝혔다. 박창석 대구시의회 의원(군위군)은 “의성군 부군수까지 공동합의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진실인 것처럼 기자회견을 했다”며 “경북도지사와 의성군수가 의성군 화물터미널은 합의문에 없다는 것을 주민들께 설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과 ‘1㎞’ 차이에 지역 갈등 ‘증폭’

의성군 주민들은 “화물터미널 없는 물류단지 조성 계획은 속 빈 강정”이라며 신공항 화물터미널의 군위 건설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의성군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대구시가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일방적 시설 배치를 하고 발표해 군민을 무시하고 공동합의문 정신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시는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항시설 배치는 국방부와 국토부, 대구시와 경북도가 긴밀히 협의하며 진행해 왔다”고 했다.

최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밝힌 “물류단지와 물류터미널은 인접해 있어야 효율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시는 의성군의 물류단지가 자가 통관시스템, 상용화 주제 등을 통해 포장 통관 등 화물터미널 기능을 대부분 수행할 수 있어 일정한 거리 이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시는 화물터미널과 의성군 물류단지까지 거리가 4.6㎞에 불과해 일부 주장처럼 화물터미널을 의성군 행정구역 내로 옮기더라도 줄어드는 거리는 1㎞에 불과해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활주로 동쪽은 군사보안 지역이라서 민간 화물터미널 입지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시는 최근 물류단지(물류터미널)를 의성 지역 공항 최근접 거리에 설치하고 물류터미널과 보세 구역, 비즈니스 구역 등으로 구성되는 자유무역지대를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종헌 대구시 신공항건설특보는 “신공항은 기본적으로 군 공항 기능이 중요하다”면서 “군사 시설의 작전성 등을 고려할 때 화물터미널을 따로 떼어 달라는 의성군 요구는 들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성 달래기에 경북도 나서야”

국토부, 경북도와의 협의를 통해 의성 주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게 대구시의 방침이다. 시는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전문가 참여 토론, 상호 간 정보 교류 등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와 국방부도 전문가 토론 및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에 참여하는 등 신공항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는 방안 마련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의 배치에 대한 권한은 각각 국방부와 국토부에 있다”면서 “활주로와 화물터미널을 같이 운영하는 게 공항시설 배치의 원칙이므로 의성군의 주장이 실제로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북도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 주문도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북도가 신공항 개항에 맞춰 의성군에 스마트 항공 물류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기본구상 수립 연구용역에 착수한 만큼 이번 갈등 해소에 물꼬를 터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사는 “화물터미널도 세계 공항 추세를 분석하고 전문가 토론 등을 통해 과학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접근해 슬기롭게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신공항 사업은 대구 군 공항(K2)과 민간 공항을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경계 지역으로 이전해 새로 짓는 사업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주는 ‘신공항 특별법’을 가결했다.

 

◆ 홍준표 대구시장 “경북도가 의성군민 오해·우려 풀어줘야”

 

“신공항 화물터미널 문제는 경북 의성군과 문서로 합의한 사안이에요. 이미 끝난 이야기입니다.”

홍준표(사진) 대구시장은 3일 대구·경북 신공항 화물터미널 위치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의성군의 반발과 관련해 “지금 와서 이런 식으로 원점 재검토를 이야기하는 것은 신공항 사업을 하지 말자는 소리”라면서 “실무진에서 잘 설득해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의성군이 반발하는 이유와 관련해 경북도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군위는 대구시가 속도감 있게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의성군에서는 가시적인 것이 안 나오고 있고 최근엔 터무니없이 구미에서 물류단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거기에다가 이어서 구미∼군위 고속도로를 놓겠다고 하니 (물류단지를) 구미에 뺏기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그래서 경북도가 준비하고 있는 의성 물류단지 관련 방안을 조기에 마련해 의성 군민들의 오해 또는 걱정을 좀 풀어 줘야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군부대 이전과 관련해서도 적합 지역 선정 시 이번 의성군과의 문제를 고려해 선정할 수밖에 없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홍 시장은 “대구 시내 군부대 이전 희망지 5곳 중 4곳이 경북”이라며 “합의해 놓고 나중에 이거 요구하고 저거 요구하고 하면 군부대 이전 사업도 어려울지 우려된다”고 했다.

 

홍 시장은 화물터미널 의성군 이전 불가 방침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신공항이 민간 공항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군 공항이라 어렵다. 건설비용 중 11조5000억원이 군 공항 비용이고, 민간 공항은 2조6000억원밖에 안 된다”며 “군 보안시설 안에 9917㎡를 따로 떼 화물터미널 하기는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