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연방 상원의원(100명) 3분의 1, 하원의원(435명) 전원을 2년마다 선거를 통해 다시 뽑는다. 상원의장은 대통령과 같은 당의 부통령이, 하원의장은 다수당 최고 사령탑이 맡는다. 하원 첫 회의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원총회 의장이 나와 각 당의 후보자를 지명하면 의원들이 지지 후보 이름을 큰소리로 외치는 식으로 호명 투표를 한다. 소수당 후보가 하원의장을 맡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하원의장의 힘은 막강하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다. 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정권과 상임위 및 소위 위원장 임명권을 쥔 채 의원들의 발언권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법안이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통과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다. 상원의장은 회의 진행만 할 뿐 회의에서 발언권이나 투표권조차 없다.
하원의장 임기는 다수당 운명과 거의 같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2년 만에 의장직을 상대 당에 넘겨야 한다. 역대 최장수 기록 보유자는 민주당 소속의 샘 레이번이다. 그는 3차례에 걸쳐 17년10개월간이나 하원을 이끌었다. 레이번은 가장 존경받는 하원의장으로 꼽힌다. 그의 이름을 딴 ‘레이번 빌딩’이라는 하원 부속 건물이 있을 정도다. 성실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소수당을 존중하면서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낸 공정함이 장수 비결이었다.
234년 미 의회 역사에서 하원의장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이 가결 처리된 것이다. 연방정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 모임 ‘프리덤 코커스’가 주도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과반인 221석을 차지한 다수당이다. 얼마 전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밀어붙인 그에게 복수의 칼날을 품어 온 민주당도 탄핵에 동조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 신뢰가 무너지고 의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된 결과라는 한탄이 나온다. 초유의 하원의장 탄핵은 상대 정파에 반대만 일삼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 즉 ‘비토크라시’(Vetocracy)가 부른 참극인 셈이다. 툭하면 탄핵 카드를 꺼내 들고 각료 후보자에게 줄줄이 퇴짜를 놓는 우리 정치 현실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