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살면서 최초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없던 것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혁신이며 진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삶의 변화가 이뤄지며 이러한 것을 통해 역사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최초의 술은 언제 탄생했을까.
동양에서는 원숭이가 참다래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발효된 즙을 보고 인간이 따라 했다는 원숭이 술 기원설부터 곰이 헤쳐 놓은 벌집에 빗물이 들어가고 이를 통해 자연 발효된 것을 인간이 발견했다는 벌꿀 기원설까지 다양하게 있다. 무엇보다 곡물과 과일로 술을 빚으니 본격적으로 인간이 술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농업의 기원과 맞닿은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인류사가 아닌 자연사 입장에서 최초의 술은 언제 태어났을까. 술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당이 필요하다. 이 당을 효모가 먹고 알코올로 바꿔 준다. 즉 당과 알코올의 등가교환법칙에 따라 술이 완성된다. 이 당이 가장 많은 것이 곡물이고 과실 그리고 벌꿀이다. 즉 곡물과 과실 그리고 벌꿀의 역사를 알게 되면 술의 기원을 유추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유는 술로 만들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충분히 가능하다. 우유에는 5~6%의 유당이 있기 때문이다. 이 유당을 발효시킨 술이 우유술이고, 몽골에서는 말과 소의 젖을 이용해 이러한 술을 빚어 마신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에 들어와 음료화한 것이 바로 우유탄산음료다.
결국 저 멀고 먼 공룡의 시대에서 현대의 우유탄산음료까지 술 하나로 이렇게 엮고 엮이며 이어지고 있다는 것. 우리가 술을 먹고 마시고 취하는 것 외에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