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오름세가 반영되면서 9월 소비자물가가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여름철 기상악화의 영향으로 신선과실이 2020년 10월 이후 가장 크게 상승하는 등 농산물을 중심으로 먹거리 가격도 고공 행진을 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달부터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국제유가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유,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은 물론 맥주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거나 인상 대기 중이어서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2.99(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 물가 상승폭이 3.7%를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올해 7월 2.3%까지 낮아졌지만 8월 3.4%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상승폭을 다시 키우고 있다.
물가 상승폭이 커진 건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하락폭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8월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11.0% 하락했지만 9월에는 하락폭이 4.9%에 그쳤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가 오른 가장 큰 배경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하락폭이 둔화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농산물이 7.2% 오르는 등 농축수산물도 전년 같은 달보다 3.7% 상승해 8월(2.7%)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사과(54.8%)와 복숭아(40.4%) 등 신선과실이 24.4% 올랐다. 이는 2020년 10월(25.6%)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작년 동월 대비 19.1%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3%로 8월과 같았다.
정부는 국제유가 강세가 이어질 경우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유가 강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로 2개월 정도 연장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사과 계약재배 물량 1만5000t을 신속히 출하하는 한편 서민부담 완화를 위해 ‘동절기 난방비 대책’도 이달 중 마련하기로 했다.
물가가 들썩이면서 오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물가 상승, 환율 급등 등의 금리 인상 요소가 많지만,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하면 현재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