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과 무인기를 앞세운 북한의 비대칭 위협이 두드러지던 2010년대부터 한국군은 이에 맞설 전력을 확보하는데 골몰해왔다.
그 결과 탄도미사일과 F-35A 스텔스 전투기 등을 확보했지만, 드론 전력의 증강은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
튀르키예와 중국 등이 무인기를 공격용으로 개발해 실전에 활용하고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동안 한국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북한이 지난해 말 서울까지 소형 무인기를 침투시키자 한국군은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고, 지난달 26일 국군의날 75주년 기념식에 다수의 드론을 등장시키는 등 ‘드론 전쟁’ 준비에 부산한 모양새다.
하지만 전쟁에서 소모율이 높은 드론을 유사시 신속하게 보충하는 것과 미사일, 공격헬기와의 연계작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다양한 드론 선보인 軍
지난달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한 군 당국은 지난달 26일 국군의날 75주년 기념식에서 정찰·공격용 드론을 대거 선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러시아 방문 과정에서 러시아 측으로부터 자폭드론 5대와 정찰드론 1대를 선물받는 등 북한의 무인기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에 맞설 드론 전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다.
군은 이날 선보인 드론들의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기존에 시제품이 공개됐던 중고도 무인정찰기(MUAV)나 현재 군에서 쓰이는 RQ-101 무인정찰기 등과는 차이점이 적지 않다.
기념식에서 등장한 스텔스형상소형드론은 대한항공에서 제작한 정찰용 드론이다. 기존에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공개했던 가오리-X 무인기를 작게 만든 형태에 가깝다는 평가다.
스텔스형상소형드론은 비행체와 지상통제장비 및 지원 장비로 구성된다. 지상시험을 통해 비행체와 통제장비를 점검한 후 비행시험을 통해 비행성능과 제작품질을 확인한다. 올해 안에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적 레이더에 탐지될 위험을 줄였으며, 이를 통해 은밀하게 적 내륙지역에 침투해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원거리 정찰용 소형무인기는 지난 2020~2021년 방위사업청의 신속시범획득사업을 통해 육군에 도입됐다.
성우엔지니어링이 만든 기종으로 최대속도는 시속 150㎞, 운용시간은 4시간에 이른다. 고도 2㎞에서 비행이 가능하며, 항속거리는 400㎞다. 감시장비로는 4K DLSR 카메라를 사용한다.
운용반경이 넓어서 다양한 적 핵심표적 감시가 쉽고, 운용고도가 높아 은밀한 작전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폭 드론은 기체가 직접 목표물에 부딪히는 무기다. 일반적인 공격용 드론이 높은 고도에서 기체에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공개된 기종은 적 레이더 신호를 탐지, 위치를 추적해서 공격하는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기존에 운용했던 무인기들도 공개됐다.
해군이 정보함에서 사용하는 S-100 회전익 무인정찰기는 오스트리아 쉬벨(Schiebel)사에서 만든 기종이다. 해군은 미국산 쉐도우 고정익 무인정찰기를 도입, 정보함에서 사용했다.
사출기로 이륙을 시킨 후 비행한 뒤 그물망을 통해 회수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추락 또는 파손 위험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3대 중 2대를 사고로 잃었다.
이에 해군은 S-100을 도입했다. 길이 3m, 무게 150㎏의 경량이지만 실시간 영상 촬영과 전송이 가능하다.
사단급 무인정찰기는 일선 육군 전투 사단의 감시정찰 능력 강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륙과 비행, 착륙에 이르는 과정을 지동화했다.
산악 지형이 많은 환경을 고려해 급강하 비행능력을 갖춰 협소한 지역에서도 정확하게 착륙할 수 있다. 착륙 후에는 30m 이내에서 정지한다. 두 대 동시 비행이 가능해 24시간 연속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10㎞ 떨어진 곳의 물체를 정밀하게 확인하고 목표물을 자동 추적한다.
◆사전 비축·공역 통제 등 과제도
군 당국이 다양한 종류의 드론을 공개하며 드론 전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글로벌호크 등의 대형 무인기와 달리 소형 드론은 추락이나 요격 등에 의한 소모율이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자체 생산한 것과 더불어 외국산 드론을 대량 사용하고 있는데, 그만큼 손실도 많다.
지난해 말에 공개된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우크라이나 전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약 1년간 전쟁에 투입된 무인기의 90%가 손실됐다. 쿼드콥터는 3번, 고정익 무인기는 6번 정도 이륙하면 손실이 발생했다. 무인기가 이륙해 정찰을 하거나 공격을 감행할 때의 임무 성공률은 30% 수준이었다.
전쟁에서 무인기의 손실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면, 유사시를 대비해 평상시에 충분한 수량의 비축분을 확보하거나, 전시 상황에서 신속한 대량생산이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격이 싼 드론을 빨리 제작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대량 사용한 이란산 샤헤드-136 자폭드론은 50㎏의 탄두를 싣고 최대 2500㎞를 날아가 표적을 타격한다. 대당 가격은 1만 달러(1300만원) 수준이다.
러시아가 샤헤드-136 6000대를 자체 생산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것도 가격이 매우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기 떄문이다.
문제는 단기간 내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느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에 따라 중국과의 충돌에 대비해 수천대의 드론을 미리 확보하려고 한다.
하지만 민간 항공기 생산 활성화로 숙련된 기술자와 전자부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드론에 들어가는 저렴한 부품과 전자장치를 구하지 못해 드론 개발 및 대량생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도 가격이 저렴한 드론을 단기간 내 대량생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전쟁이 길어졌을 때 전력공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기술자와 부품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사시를 대비한 드론 비축이나 전쟁 기간에 생산하는 것 모두 쉽지 않다. 공급망과 생산체계가 어떤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북한군의 전자전 공격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드론은 공간 제약 등으로 전자전을 방어할 장비를 충실하게 탑재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위성항법장치(GPS)에 대한 전파방해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드론에 전자전을 감행하면,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신뢰성과 생존성, 낮은 가격, 높은 생산성을 모두 갖춘 드론이 필요한 셈이다. 이는 전통적 방식으로는 개발할 수 없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공군 전투기, 육군 공격헬기 전력이 사용하는 공역에 드론의 운용을 접목하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드론은 낮은 고도에서 비행한다. 국군의날에 등장한 원거리 정찰용 소형무인기는 최고고도가 2㎞ 정도다. 육군 공격헬기나 순항미사일, 155㎜포탄 등의 활동 영역과 겹친다.
특히 드론작전사령부가 창설되면서 드론의 대량 운용이 본격화하면 이같은 문제는 더욱 커진다. 공중 공간을 중복 사용 위험 없이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상 표적에 대한 배분 작업도 군 지휘부가 고민할 사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산 샤헤드-136 자폭드론은 러시아의 순항미사일과 유사한 역할을 맡았다. 우크라이나도 장거리 무인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했다.
한국군도 자폭드론이나 무인공격기의 임무 범위를 정하면서 순항미사일이나 다연장로켓, 전술지대지미사일 등과의 연계성을 고민해 효율적인 공격능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 한국은 드론의 전장 활용에서 다른 나라보다 뒤진 상태다. 튀르키예는 바이락타르 무인공격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란은 러시아에 샤헤드-136 자폭드론을 공급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이같은 격차를 단숨에 해소하고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응하려면 관료주의와 규제 등에서 벗어나 개발·생산·운용 측면에서 혁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군과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