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법상 재개발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 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제35조 제2항). 토지 면적의 2분의 1 이상 확보했더라도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확보하지 못했다면 조합을 설립할 수 없는 셈입니다.
어떤 건설사가 사업시행 예정구역 내 소유하고 있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지분을 잘게 쪼개 임직원이나 지인 등 모두 209명에게 매매 및 증여하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통해 토지 등 소유자의 수를 늘렸고, 이들이 조합 설립에 동의해 512명 중 391명의 동의(동의율 76.37%)로 조합 설립 인가처분을 받자,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원고가 되어 조합 설립 인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지분을 양수한 위 209명 중 194명의 지분이 토지는 10/6300 이하(면적은 모두 1㎡ 이하), 건축물은 4/98.51 이하의 과소 지분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제1심은 “건설사가 인위적으로 토지 등 소유자 수를 늘리기 위해 ‘지분 쪼개기’ 방식을 사용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그러나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1심과 달랐습니다. 오로지 재개발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 정족수를 충족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형식적인 증여 및 매매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토지 등 소유자 수를 늘리고 조합 설립에 동의하도록 하는 것은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 정족수 및 동의자 수 산정 방법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도시정비 법령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탈법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토지 또는 건축물에서 과소 지분이 차지하는 비율 및 면적 ▲과소 지분을 취득한 명의자가 이를 취득하기 위해 실제로 지급한 가액 ▲과소 지분을 취득한 경위와 목적 및 이전 시기 ▲과소 지분을 취득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과소 지분 취득자들이 토지 등 소유자의 수에 산입됨으로써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수에 미친 영향 ▲과소 지분 취득자들이 조합 설립에 동의하는 의사를 표명한 정도 및 그 의사가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 정족수에 미친 영향 ▲과소 지분 취득자와 다수 지분권자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면 위와 같이 늘어난 토지 등 소유자들은 동의 정족수를 산정함에 있어서 전체 토지 등 소유자 및 동의자 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판결은 지분 양도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재개발 조합 설립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판결은 재개발 조합 설립을 목적으로 임직원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들에게 과소 지분을 형식적으로 증여 및 매매하는 지분 쪼개기 방식을 통해 토지 등 소유자 수를 늘려 조합 설립 동의율을 맞춘 예외적인 사례는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위와 같이 늘어난 토지 등 소유자의 수를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수와 동의자 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점을 밝힌 의미가 있습니다.
김추 법무법인 바른 건설부동산그룹 변호사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