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후손 땅 국고환수하려 했지만 실패… 대법 "정당하게 취득"

친일파 이해승 후손이 소유한 서울의 8400평 땅을 국고에 환수하려고 정부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가 확정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정부가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지난달 21일 확정했다.

 

연합뉴스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일제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 작위를 받는 등 친일 행적이 인정돼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행위자로 지목됐다.

 

정부는 과거 이해승의 소유였다가 이 회장의 소유가 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임야 2만7905㎡(약 8441.3평)를 환수하려 2021년 2월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해승은 이 땅을 포함한 임야를 1917년 처음 취득했다. 이후 1957년 손자인 이 회장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던 이 땅은 1966년 경매에 넘겨져 제일은행의 소유로 바뀌었다가 이듬해 이 회장이 땅을 도로 사들였다.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친일재산은 취득·증여한 때를 기준으로 국가의 소유가 된다. 다만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에는 귀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이 회장의 손을 들었다. 제일은행이 친일재산임을 모르고 경매를 통해 땅을 취득했으므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경우’로 본 것이다.

 

현재 이 회장의 소유인 땅을 정부가 환수하면 이 회장과 제일은행의 과거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적으로 말소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제일은행의 정당한 권리를 해치는 것이라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원심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정부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