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시위하던 택시기사 분신 사망… "편법적인 사납금 때문" [사사건건]

임금 체불 문제로 갈등을 빚던 회사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택시기사가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분신 열흘 만이다.

 

8일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H운수 분회장 방영환(55)씨가 지난 6일 오전 6시18분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 숨졌다.

 

사진=뉴시스

2008년부터 택시기사로 일하던 방씨는 지난해 11월 사측이 사납금제 근로계약 서명을 요구하자 주 40시간 근무제 등을 주장하며 거절했다. 올해 2월부터는 임금체불을 규탄하고 완전월급제 시행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지속해왔다.

 

1인 시위 227일째였던 지난달 26일 오전 방씨는 양천구 신월동의 회사 앞 도로에서 몸에 휘발성 물질을 끼얹은 뒤 분신을 시도했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전신 60%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고 위독한 상태였다.

 

◆1인 시위에 대표는 주먹·쇠꼬챙이 휘둘러

 

방씨가 일하던 택시회사 대표인 50대 A씨는 지난 3월 회사 앞에서 집회 중이던 방씨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러 아래턱 등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 5월 검찰에 송치됐다.

 

또한 A씨는 지난 4월 방씨에게 접근해 욕설을 하고, 발언을 하지 못하게 막는 등 집회를 방해하고 모욕한 혐의도 제기됐다. 지난 8월에는 집회하는 방씨에게 ‘죽이겠다’며 길이가 1m에 달하는 쇠꼬챙이를 휘두른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 제지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완전월급제로 택시노동자 생존권 보장해야”

 

공공운수노조·노동당·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완전월급제 이행! 택시노동자 생존권 보장! 방영환 분신 사태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결성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택시 노동자 방영환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자는 택시 자본, 노동부, 서울시”라며 “택시 현장에 완전 월급제가 뿌리내리고, 택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근절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방씨가 분신을 시도한 배경에는 택시법 개정 이후에도 변형된 형태로 이어지는 ‘사납금제’와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은 고용부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납금제는 법인택시 기사가 당일 소득의 일부를 회사에 납부한 뒤 남은 초과금을 가져가는 제도다. 수입이 사납금에 미치지 못할 땐 택시기사가 모자라는 부분을 사비로 메워야 하고 기사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과속 운전을 하는 등 폐해가 불거져 2020년 1월 폐지됐다.

 

하지만 공대위 측은 사납금제가 법적으로는 폐지됐지만 여전히 택시회사는 편법적인 사납금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채우기 위해 택시노동자들은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장시간 야간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택시 노동자들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사업주들의 탈법과 편법을 꼼꼼하게 찾아내고, 편법을 동원해 법을 위반하는 법인택시 사업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