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데이터센터 ‘과포화’ 다가온다

업무용 이메일부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수천 개의 영상까지, 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현대인의 생활을 지탱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실제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감당하고 있다. 리서치회사 국제데이터그룹(IDG)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인터넷에서 생성되고 소비된 데이터의 총량은 거의 10만엑사바이트(EB)에 달했다. 이는 테라바이트(TB)로 환산하면 1000억TB, 기가바이트(GB)로는 100조GB에 해당하는 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 숫자는 2025년에는 현재의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나는 저장량을 감당하려면 더 많은 데이터센터와 이를 유지할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지을 장소도, 필요한 만큼의 전력도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데이터센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현대 생활이 만들어 낸 수요가 (데이터센터의) 수용 용량을 앞지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늘어나는 데이터 사용량

 

유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인터넷 이용 인구는 약 52억8000만명으로 지구촌 인구의 66.3%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05년 15.6%부터 시작해 2019년(53.7%) 처음으로 절반을 넘기는 등 매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인터넷 사용이 느는 것 외에도 데이터 사용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요인들이 많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스태티스타의 페트록 테일러 애널리스트는 “(데이터 사용량을 증가시킬) 가장 큰 요인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AI 알고리즘은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정교해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한다”고 FT에 전했다. 

 

영국 기술 전문 잡지 와이어드에 따르면 오픈AI의 생성형 AI ‘GPT-3’ 모델을 개발하는 데 320만∼460만달러의 학습 비용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신규 모델인 ‘GPT-4’의 학습 비용은 1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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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전력 사용량 

 

데이터센터에는 수천 개의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와 프로세서 등이 데이터를 처리·저장하는데, 여기서 엄청난 양의 열이 발생한다.  

 

하드웨어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를 18∼27도 사이로 유지할 수 있는 특수 냉각 시스템이 필수다. 이런 면 때문에 데이터센터 유지에는 서버를 구동하는 데 드는 전력 외에도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든다. 

 

현재 글로벌 기술기업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는 아일랜드 더블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위스 취리히, 미국 버지니아에 밀집해 있다. 접근성이나 숙련 인력 모집 등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특정 지역에 모이게 됐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바링가의 마크 터너 연구원은 “더블린과 암스테르담 등은 여러 대륙을 연결하는 백본(BackBone·기간망)이 있어 특히 데이터센터 유치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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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이 특정 지역에 모여 있는 점은 각 국가의 전력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일례로 82개 데이터센터가 더블린에 밀집해 있는 아일랜드에선 지난해 아일랜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9%가 데이터센터에서 소모됐다. 이는 국가 전력량의 28%였다.

 

결국 아일랜드는 2028년까지 더블린 지역의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망 연결 발급을 중단했다. 

 

각 지역의 탈탄소 정책 등도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데이터센터에 효율성 기준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터너는 “수요 증가를 수용하고 이를 위한 전력량을 갖추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할 수 있지만, 탈탄소화 노력 등 (지역 규제와) 균형을 맞추는 것은 무척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장소들이 가장 좋은 후보지인 것은 사실이나, 운영자들은 이제 더 저렴한 가격에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른 지역을 둘러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