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분해서 드러눕는 화병… 걷기·명상 등 도움

가슴 답답함과 두근거림 등 반복되면 진료받아야

만성적 스트레스 혹은 일시적인 스트레스이지만 제대로 해소하지 못해 생기는 각종 정신적 증상, 신경증, 신체질환을 통틀어서 ‘화병(火病)’이라고 한다. 해외에서는 화병을 ‘분노증후군‘의 하나로 보긴 하지만, 영어로 따로 ‘Hwa-byung’이라고 표기할만큼 화병은 한국 특유의 질병으로 인식된다. 과거에는 유교주의,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중년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화병이 최근에는 경쟁문화, 심화되는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모든 연령과 성별에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환자(질병코드 U222)는 1만1587명에 이르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억울하고 분한 감정으로 

 

화병의 원인은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다. 물론 그런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가 선행된다 억울하고 분함을 참으면서 살다가 분노가 감정이나 행동으로 폭발하고, 가슴 답답함, 치밀어 오름, 얼굴의 열감 등의 신체 증상을 함께 가지는 장애를 화병이라 한다. 화병은 한국인들의 참고 사는 문화, 폭발하는 기질과 연관해 한국의 문화 관련 증후군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화병은 정신적 고통에 그치지 않고 신체 증상으로 드러나는 신체화 경향이 강하다. 분노와 짜증, 억울하고 분한 정신적 증상 외에 가슴 답답함과 두근거림, 치밀어 오름과 열감, 두통, 불면증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반복되거나 혹은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거나 없는데도 가슴 답답함과 두근거림 등 이런 신체 증상이 반복된다면 화병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화병을 방치하면 분노의 감정조차 드러나지 않고 무기력에 빠지는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화병은 신체적으로 심장의 문제를 동반하고 고혈압과도 연관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답답함과 열감, 두통, 불면 증상… 일상생활에 지장

 

화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면 최선이지만, 다스린다는 것이 화를 참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화병스트레스클리닉 김종우 교수는 “분노를 표현할 때 자신의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면서 자신이 분노하고 있음에 대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답답함과 열감, 두통, 불면증의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면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방에서는 침을 통해 답답한 가슴을 풀어내고, 하복부에 뜸을 떠서 열감을 아래로 내려 가슴 위를 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화병스트레스클리닉 김종우 교수

분노의 정서가 신체 증상과 연계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신체 증상을 개선하면 분노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명상을 통해 훈련할 수 있다.명상 가운데 마음챙김 훈련에서는 이렇게 변화된 상태를 알아차림하고 기억에 남기는 작업을 함으로써 신체 증상과 함께 분노 정서를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준다.

 

김종우 교수는 화병 치료의 좋은 방법 중 하나로 ‘걷기’를 추천한다. 김 교수는 “걷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무조건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환경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을 재충전하는 정도의 목표로 걷기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 화병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

 

1.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현재에 머무는 것을 명상을 통해 연습

 

2. 화가 나는 상황으로부터 잠시 피할 수 있는 나 만의 방법을 미리 설정

 

3. 회복할 수 있는 시간, 장소, 인물, 행위 등을 미리 설정

 

4. 그날의 문제는 그날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분노와 함께 잠들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