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올해 도입한 고향사랑기부제 시행령 제정 이전에 243개 지방자치단체에 시스템 구축 비용과 운영비 갹출을 강요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도한 홍보 규제와 기부 제약으로 인해 고향사랑기부제의 실적이 기대에 못미쳐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난 2021년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일본의 고향세(고향납세제)를 벤치마킹해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송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갑)이 고향사랑기부제 온라인 모금사이트인 고향사랑e음(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상황을 분석한 결과 위탁업체로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을 선정한 과정에 문제가 드러났다고 9일 밝혔다.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시행령 4조 1항은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자치단체의 장이 지정한 금융기관이나 정보시스템으로 하고, 시행령 8조 1항은 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업무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하도록 했다.
행안부는 시행령이 제정된 2022년 9월 이전인 5월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고향사랑기부제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위탁을 검토케 했다.
고향사랑기부제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에는 243개 지자체가 70억3000만원을 갹출했다.
그럼에도 사전에 여러 업체의 참여 의향 파악이나 공고 등이 없이 진행됐다.
행안부가 대면접수 창구 운영 희망 금융기관 파악을 위해 전국은행연합회를 통해 한국산업은행 등 17개 은행에 공문을 발송해 의향을 파악한 것과 대조된다.
지역정보개발원에 고향사랑기부제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운영을 위탁한 근거로 전자정부법 72조(한국지역정보개발원의 설립 등)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의한 법률 14조(낙찰자 결정)를 들고 있다.
송 의원은 “‘위탁’을 명기한 시행령 제정보다 앞서 지역정보개발원과 업무를 진행했고, 지역정보개발원은 지자체들과 계약이 아닌 업무협약을 통해 시스템 구축비를 가상계좌로 수취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라며 “이처럼 지역정보개발원에 고향사랑기부제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운영을 위탁한 이유가 기관 내에 있는 행안부 소속 전관들을 예우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이 저조한 이유는 ‘고향사랑e음’ 한 곳을 통해 모금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8월말 기준 전체 모금액은 265억원, 기부자 수는 13만8000명으로 알려졌다.
반면 매년 고향세 모금액이 증가하고 있는 일본은 2022년 40여 개에 달하는 민간플랫폼을 통해 8조7000억원을 모금했다.
송 의원은 “행안부는 관계 법령이 완비되기도 전에 위탁기관을 사실상 임의대로 선정하고 지자체로부터 돈까지 걷어간 셈”이라며 “이런 졸속행정으로 인해 행안부와 지역정보개발원이 지자체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별 기부액 편차 커…민간플랫폼 활용해야
또 송 의원이 각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고향사랑기부금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실적이 다소 미진하고 지역별 기부액 편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 기부자 수는 경북(2만4398명), 전북(2만3000여명), 경남(2만여명), 강원(1만4531명), 경기(9266) 등 순으로 확인됐다. 기부액 순으로는 전남(73억2000만원), 경북(43억3000만원), 전북(36억원), 경남(30억5000만원), 강원(21억6000만원), 충북(12억90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역순으로는 세종 (5000만원), 인천(1억5000만원), 대전(1억7000만원), 울산(3억1000만원), 부산(3억2000만원)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광역시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세부자료를 제출한 지자체 중 기부액 순으로는 경북 예천(6억3000만원), 제주(5억6000만원), 전북 순창(3억9000만원), 경북 의성(3억4000만원), 전북 무주(3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전망치별로는 경북(79.8%), 인천(76.7%), 서울(73.5%), 경남(71.3%), 충북(71.1%) 순으로 나타났다. 울산과 제주는 각각 23%와 14%로 전반적으로 자체 전망치를 밑돌았다.
송 의원은 “국내 시행 이후 과도한 홍보방식 규제와 연간 500만원 상한의 기부 한도, 기부주체 제약(법인 및 이해관계자)과 거주지 기부제한 등 과도한 제약으로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면서 “특히 단일 플랫폼(고향e음) 을 활용해야 하는 현재의 방식도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송 의원은 “국내 연간 10조원이 넘는 개인기부금 수준과 비교하면 고향사랑기부제는 제도 활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셈”이라며 “규제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민간플랫폼을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지자체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