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군인 취업 지원 실적 부풀리기 ‘꼼수’ [심층기획-제대군인 취업실적 부풀리기]

보훈부, ‘역알선’으로 허위 보고
단기알바까지 포함… 부실 운영

지난 8월 1일자로 부산의 A업체에 취업한 육군 예비역 상사 임모씨는 입사 전날 오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국가보훈부가 운영하는 제대군인지원센터 상담사였다. 임씨는 자력으로 A기업에 합격한 상태였지만 상담사는 전화를 마친 뒤 전산 시스템에 센터가 임씨에게 A업체를 소개해줬고, A업체에도 임씨를 추천해줬다고 입력했다.

1년 가까이 센터와 취업 상담을 한 적도, 센터에 취업 지원 신청도 한 적 없는 임씨의 취업 상담, 채용 추천 모든 게 입사 하루 전에 이뤄진 것이다. 그리고 한 달 후 센터는 해당 취업 건을 자신들의 실적으로 올렸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한 군인이 기업 채용 정보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임씨가 입사한 A업체 담당자가 오래 알고 지낸 해당 센터 B팀장한테 “임씨가 우리 회사에 입사하기로 했다”고 미리 알려준 덕분이다. 보훈부 노조에 따르면 입사 전날 사무실에서 해당 소식을 들은 B팀장은 상담사에게 “임씨에게 전화해 취업 상담과 채용 추천을 진행하고 이를 실적으로 올려라”고 지시했다. 이미 취업을 했거나 취업이 확정된 제대군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뒤 지원센터를 통해 취직한 것처럼 허위 보고하는 이른바 ‘역(逆)알선’ 방식이다. B팀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쪽 업체에서 저희들하고 소통이 되면 (하루 만에) 충분히 가능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그러나 취업 예정자를 센터 실적으로 허위 입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보훈부 산하 지원센터는 5년 이상 중·장기 복무한 장교·준사관·부사관 전역자에게 취업 및 창업 상담 등 전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 10곳에 센터가 들어섰고 2019년에는 외주 업체 소속이던 비정규직 상담사를 공무직으로 전환시켰다. 상담사들이 안정적 환경에서 제대군인의 성공적 사회 정착을 지원하라는 취지였지만, 센터에서는 역알선을 통해 허위 실적을 올리거나 단기 일자리 등을 추천하며 실적 부풀리기가 팽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