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바레스코 제왕 가야가 빚는 ‘화이트 슈퍼 투스칸’의 탄생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피에몬테서 최초 싱글빈야드·최초 바리끄 숙성으로 이탈리아 와인 혁신 이끌어/바르바레스코 떼루아 품은 샤도네이· 볼게리 ‘화이트 슈퍼 투스칸’으로 혁신 DNA 이어가

가야 화이트 로씨 바쓰와 비스타마레.

바르바레스코의 제왕,  피에몬테의 왕자, 현대 이탈리아 와인의 아버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150여년 역사의 와이너리 가야를 이끄는 안젤로 가야(Angello Gaja)에게는 이런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대량 생산하는 높은 산도 일변도의 묽기만 하던  키안티 와인이 이탈리아 와인을 지배하던 시절인 1967년 가야는 이탈리아 북서부 최고급 와인산지 피에몬테에서 소리 산 로렌조(Sori San Lorenzo)를 시작으로 코스타 루씨(Costa Russi), 소리 틸딘(Sori Tildin) 등 싱글빈야드 바르바레스코를 처음으로 선보입니다.

가야 콘테이사.
가야 스페르스.

또 바롤로에서도 싱글빈야드 콘테이사(Conteisa)와 스페르스(Sperss) 와인을 내놓으면서 이탈리아 와인의 혁신을 이끕니다. 가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슈퍼투스칸의 고향 볼게리와 최고급 산지오베제가 탄생하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까지 영토를 확장합니다. 끝이 아닙니다. 가야는 이제 화이트 와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바로 볼게리에서 빚는 ‘화이트 슈퍼 투스칸’입니다. 가야의 혁신 DNA가 담긴 화이트 와인은 또 어떤 맛을 펼쳐줄까요. 한국을 찾은 가야 5대손 지오반니(Giovanni)와 함께 위대한 와인이 탄생하는 여정을 따라갑니다.

한국을 찾은 가야 5대손 지오반니 가야.

◆‘위대한 와인’ 소리 산 로렌조

 

에드워드 스타인버그가 집필한 ‘산 로렌조의 포도와 위대한 와인의 탄생’은 가야가 어떻게 이탈리아 와인의 혁신을 이끌었는지 잘 보여줍니다. 소리 산 로렌조 1989 빈티지는 와인 스펙테이터가 98점을 줬고 미국 와인에 후한 점수를 주는 로버트 파커마저도 96+를 부여하며 “네비올로 포도의 기념비”라고 극찬합니다.  또 그의 저서 ‘로버트 파커의 더 그레이티스트 와인(The Greatest Wine)’에서 “안젤로 가야 덕분에 이탈리아 와인의 혁명이 시작됐다. 현대 이탈리아 와인의 아버지라고 불린다”고 치켜세웁니다.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 ‘비니 이탈리아’도 “말 그대로 전율을 느끼게 하는 맛”이라고 칭송합니다.

가야 와인들.
안젤로 가야(가운데)와 가족.

1859년 피에몬테 바르바레스코 지역에서 시작한 가야가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현재 오너인 4대 안젤로 가야 덕분입니다. 그는 작은 프랑스 오크통 바리끄(225∼228ℓ) 숙성을 최초로 도입하고 프랑스 부르고뉴 그랑크뤼, 프리미에 크뤼처럼 바르바레스코 최고의 포도밭에서 최초로 싱글빈야드 와인을 생산해 품질을 대폭 끌어 올린 덕분입니다. ‘이탈리아 와인의 왕’ 바롤로와 ‘와인의 여왕’ 바르바레스코를 만드는 네비올로 품종은 색이 연하고 향도 붉은 과일과 말린 장미꽃 등 꽃향이 많이 나 피노누아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마셔보면 산도가 아주 높고 탄닌도 매우 강합니다. 이 때문에 과거 생산되던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와인들은 최소 10년 이상 아주 오래 숙성시켜야 비로소 먹을 만한 와인으로 바뀝니다. 안젤로는 이런 거친 네비올로를 바리끄 숙성을 통해 부드러운 탄닌을 지닌 와인으로 탈바꿈시킵니다. 특히 발효온도를 관리해 과도한 탄닌 추출을 억제, 일찍부터 즐길 수 있는 균형 잡힌 맛의 네비올로 생산에 성공합니다. 바롤로의 명성에 가려있던 바르바레스코를 와인의 여왕 지위에 올린 것이 바로 가야이며 바르바레스코를 가야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이유랍니다.

가야 바르바레스코 2019.

◆ ‘바롤로 전쟁’을 부르다

 

가야의 이런 현대적인 새로운 시도는 1970년대 전통파와 현대파가 격돌한 유명한 ‘바롤로 전쟁’을 촉발합니다. 전통파는 발효때 침용과정에서 스킨 컨텍을 보통 1∼2주일에서 많게는 한달 가까이 아주 천천히 해 약간 산화된 느낌까지 깃들게 만듭니다. 또 커다란 슬라보니안 캐스크를 많이 써 탄닌이 부드러워지는 속도도 매우 더딥니다. 시장에 내놓을 때는 이미 색이 연해지고 3차 풍미가 많은 산화된 맛이 느껴지는 반면 탄닌은 엄청 떫은 와인이 전통적인 바롤로였습니다.

 

반면 가야의 성공에서 자극을 받은 현대파 바롤로 생산자들은 포도의 신선한 맛에 집중합니다. 스킨 컨텍을 아주 짧게 하고 회전식 발효조 사용과 포도껍질을 섞어주는 펌핑오버 등으로 색과 탄닌을 빨린 뽑아냅니다. 또 작은 바리끄에서 숙성시키는데 이렇게 하면 탄닌이 좀 더 빠르게 부드러워지고 오크 풍미도 많이 들어갑니다. 이런 현대파의 노력으로 출시된 뒤 시장에서 바로 마실 수 있는 과일 풍미가 많이 나는 현대적인 바롤로가 만들어 지기 시작했고 전통파들도 현대파 스타일의 바롤로를 선보이면서 어느 정도 현대파의 승리로 끝납니다. 다만 회전식 발효조는 너무 과하다는  판단에 따라 요즘은 잘 쓰지 않습니다.  

가야 바르바레스코 2019.

◆2019 빈티지는 ‘수퍼 바르바레스코’

 

가야 바르바레스코 2019 빈티지를 샵에서 발견한다면 로또나 다름없습니다. 싱글빈야드 소리 산 로렌조, 코스타 루씨, 소리 틸딘을 만드는 포도가 들어간 아주 예외적인 빈티지이기 때문입니다. 피에몬테는 2018년 7월 큰 서리 피해를 당했는데 포도나무에도 좀 피해를 당하는 바람에 2019년 포도 품질까지 영향을 줬답니다. 그래서 가야는 2019년 싱글빈야드 3인방 와인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대신 이 포도들은 기본급 바르바레스코에 모두 사용됩니다. 이른바 ‘슈퍼 바르바레스코’가 탄생한 겁니다. 가야의 바르바레스코는 소유한 14곳 바르바레스코 포도밭의 포도를 모두 섞어서  만듭니다. 잔에 따르자마자  라즈베리, 산딸기 등 붉은 과일과 바이올렛향이 화려하게 피어오르고 이어 은은한 오렌지향이 다가옵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 온도가 올라가면 허브향에 이어 숙성향인 가죽향도 느껴지고 화려한 피니시는 길게 이어집니다. 

가야 바르바레스코 포도밭.
지오반니 가야.

지오반니는 와인도 사춘기가 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5년까지는 마시기가 아주 편한지만 5년 후에는 사춘기가 찾아와요. 사람도 사춘기에 목소리도 변하고 감정도 오르락내리락 하듯, 와인도 종잡을 수 없답니다. 하지만 10∼15년 정도 숙성되면 가장 마시기 적합한 피크에 도달하죠. 그 이후에도 30년 정도는 신선한 과일향과 산도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에 길게는 30년까지 좋은 바르바르바레스코를 즐길 수 있답니다.  기후는 포도재배에 큰 영향을 주는데 지구온난화는 네비올로 재배에 장점으로도 작용한다는 군요. “과거 네비올로 와인은 20~30년은 숙성해야 마실 수 있는 그런 품종이었죠. 그런데 네비올로는 따뜻한 기후에서 잘 익기에 지구온난화가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네비올로가 잘 익으면 좀 더 소프트한 느낌을 주면서도 여전히 탄닌감은 살아있어요. 예전에 네비올로 영빈티지는 인상을 찡그릴 정도로 탄닌이 강했지만 이제는 영빈티지도 마실만한 와인이 됐답니다.” 

왼쪽부터 루치아, 안젤로, 지오반니, 로산나, 가이아.

◆샤르도네에서 바르바레스코를 느끼다

 

안젤로의 올해 나이는 83세. 하지만 지금도 60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고 매일 바르바레스코를 한잔 마실 정도로 와인 사랑도 여전하다더군요. 그의 와인혁신 DNA는 이제 세 자녀 가이아(Gaia), 로산나(Rossana), 지오반니로 이어져 2004년부터 안젤로를 보필하며 가야의 경영진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가야 와인은 에노테카 코리아와 신동와인에서 수입합니다.

 

안젤로는 레드 와인을 잘 만드는 생산자로 알려져 있지만 화이트 와인을 향한 열정도 대단합니다. 실제 화이트 와인 생산 비중이 25%에 달할 정도로 피에몬테와 볼게리 등에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합니다. 샤르도네 100%로 빚는 가야 최초의 화이트 와인 가이아 앤 레이(Gaia & Rey)가 이미 1983년 첫선을 보였다는 사실은 안젤로의 화이트 와인 사랑을 잘 보여줍니다.

로씨 바쓰.

가야는 또 소비뇽블랑 100% 와인 알테니 디 브라시카(Alteni di Brassica)를 선보였고 피에몬테에서 가장 나중에 출시된 화이트 와인이 로씨 바쓰(Rossj Bass)입니다. 두 품종의 성공을 바탕으로 로씨 바쓰는 샤르도네 90%에 소비뇽블랑을 10% 섞었습니다. 코에 갖다 대는 순간 아련한 재스민향이 비강으로 스며들며 잘 익은 복숭아, 화이트 멜론으로 이어집니다. 입에서는 감귤 등 시트러스 계열의 생동감 넘치는 산미가 식욕을 자극하고 우아한 화이트 페퍼 등 허브향도 길게 이어집니다. 놀라운 것은 화이트 와인이지만 바르바레스코와 바롤로의 두툼한 질감이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로씨 바쓰는 바르바레스코와 바롤로의 포도밭 3곳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답니다. 

 

“피에몬테에선 탄닌이 풍부하고 구조감이 촘촘한 포도가 재배돼요. 역시 화이트 품종이지만 샤르도네를 심으면 묵직함과 강인함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가 떠오르는 느낌도 줍니다. 피에몬테는 라임스톤이 기본토양이라 샤르도네도 잘 자랍니다. 국제품종이지만 샤르도네와 소비뇽블랑을 섞는 독특한 블렌딩에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의 떼루아까지 잘 담은 우아한 와인이라고 자신합니다.”

로씨 바쓰 포도밭 위치.
로씨 바쓰.

소비뇽블랑 비율은 늘 10%를 넘지 않습니다. 소비뇽블랑이 신선한 산도를 부여하지만 비율을 더 높이면 소비뇽블랑 캐릭터가 너무 강해져 밸런스가 깨지기 때문입니다. 로씨는 둘째 딸 로산나의 이름이고 바쓰는 바르바레스코에서 가장 낮은 고도에 있는 포도밭 이름입니다. 샤르도네 100%로 만든 가야의 첫번째 화이트 와인 가이아 앤 레이(Gaia & Rey)는 첫째 딸 가이아와 그녀의 할머니이자 안젤로의 어머니 클로틸데 레이의 이름입니다. 지오반니 이름을 붙인 와인은 아직 없는데 3~4년 후에 본인이 직접 만들겠다고 합니다. 어떤 와인이 탄생할지 기대되는군요. ​

볼게리 카마르칸다 비스타 마레 생산 포도밭.
카마르칸다 비스타 마레.
카마르칸다 비스타 마레.

◆화이트 슈퍼 투스칸의 탄생 

 

카마르칸다 비스타마레(Ca'Marcanda Vistamare)는 가야가 슈퍼투스칸의 고향 볼게리에서 빚는 ‘화이트 슈퍼 투스칸’입니다. 베르멘티노 40%, 비오니에 40%, 피아노 20%를 블렌딩합니다. 한 모금 마시자 마치 선선한 바람이 부는 바닷가에 서 있는 듯합니다. 베르멘티노의 짭조름하면서 부싯돌 같은 미네랄과 신선한 과일향이 미각세포를 하나하나 일으켜 세우고 하얀꽃을 닮은 우아한 비오니에의 아로마가 둥글게 감싸줍니다. 여기에 이탈리아 남부 토착품종인 피아노의 산도감이 곁들여져 완벽한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신선한 풀내음, 구스베리와 복숭아, 망고 등 잘 익은 과일향도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크리미한 질감도 돋보입니다.  처음에는 베르멘티노와 비오니에만 섞었는데 2017년부터는 숙성이 되면 더 좋은 산도감을 선사하는 피아노를 더해 화이트 슈퍼 투스칸의 레시피가 완성됩니다. 비스타 마레는 아름다운 해안 풍경이란 뜻.

가야 볼게리 카마르칸다 마가리 생산 포도밭.
가야 와인 생산 지역.
카마르칸다 마가리.

◆볼게리서 빚는 슈퍼투스칸 마가리

 

가야는 가족경영이 4대손에서 5대손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외연을 더욱 확장합니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에서는 더 이상 포도밭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 토스카나로 눈을 돌렸고 슈퍼투스칸의 고향 볼게리에서 1996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카마르칸다를 대표하는 볼게리 레드 와인은 마가리(Magari). 카베르네 프랑 60%, 카베르네 소비뇽 30%, 쁘띠 베르도 10%를 섞는데 카베르네 프랑 비율이 높은 점이 독특합니다. 카베르네 프랑은 유전자 분석결과 ‘카베르네 소비뇽의 아버지’로 분류됩니다. 보르도 우안 생테밀리옹에서 주로 재배합니다. 루아르 카베르네 프랑은 블랙커런트향이 살짝 나고 허브나 줄기가 더 많이 느껴집니다. 마가리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검은 후추향과 카베르네 프랑의 유칼립투스 등 허브향이 어우러지고 블랙베리, 블랙체리의 짙은 과일향이 강인한 탄닌을 감싸며 입안을 꽉 채웁니다. 구조감은 탄탄하면서도 가야 특유의 우아한 스타일이 잘 구현된 와인입니다. 가야는 볼게리에서 프로미스, 카마르칸타 와인도 생산합니다. 

볼게리 사이프러스 길
사이프러스 길 디자인으로 만든 카마르칸다 로고.

◆볼게리 라이징 스타 카베르네 프랑

 

지오반니는 과거 볼게리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대표 주자였지만 현재 카베르네 프랑이 떠오르는 스타라고 강조합니다. “볼게리 토양과 기후는 카베르네 프랑이 잘 자라는 특징을 지녔어요. 카베르네 프랑이 사실 재배하기 까다로운 품종이라 볼게리에서 포도 묘목이 자리잡기까지 조금 어려워요. 하지만 수령이 10∼15년 정도되면 정말 뛰어난 품질로 바뀌고 그 품질이 꾸준하게 유지된답니다. 볼게리 떼루아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는 숙성잠재력이 뛰어난 카베르네 프랑으로 탄생하는 거죠. 더구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포도껍질에 스며들어 솔티한 미네랄이 뛰어나죠. 또 동쪽 산맥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풍부한 아로마를 부여합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요즘 볼게리에서는 카베르네 프랑 재배가 늘고 있는 추세랍니다.” 

지오반니 가야.

피에몬테 방언인 카마르칸다(Ca'Marcanda)는 ‘끝없는 협상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안젤로가 볼게리 포도밭을 구매할 때까지 삼고초려한 에피소드가 담겼답니다. 안젤로는 볼게리 와인을 만드는 최고의 토양을 찾은 끝에 가장 적합한 땅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토지 소유주는 꼼짝도 안했고 매번 찾아가 협상을 했으나 번번이 실패합니다. 결국 18차례의 끈질긴 구애 끝에 포도밭 구매에 성공합니다. 아내는 안젤로가 협상하러 갈때마다 “또 협상하는 집에 가는 거냐”는 질문을 자주했는데 이에 착안해 볼게리 와이너리의 이름을 지었답니다. 안젤로가 이처럼 카마르칸다 포도밭에 공을 들인 이유는 매우 우수한 토양 때문입니다. 점토질의 검은 토양과 석회질의 흰토양(돌과 자갈)으로 구성된 토양은 뛰어난 카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을 만들어 냅니다. 

피에베 산타 레스티투타 토양.
피에베 산타 레스티투타 토양.
 가야 피에베 산타 레스티투타 BDM.

◆밸런스 뛰어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피에베 산타 레스티투타(Pieve Santa Restituta)는 가야가 최고의 산지오베제 와인이 탄생하는 토스카나 남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마을에서 생산하는 이른바 BDM 와인입니다. 몬탈치노에 소유한 4개 포도밭의 포도를 섞어 만들어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잘 익은 검붉은 체리, 자두향으로 시작해 발사믹의 허브향과 싱그러운 꽃향이 따라오고 아니스, 정향, 향나무에 이어 신선한 아몬드와 헤이즐넛으로 마무리됩니다. 도톰한 질감과 탄탄한 구조감도 돋보이는 군요.  

피에베 산타 레스티투타 전경.
가야 몬탈치노 포도밭 위치.

가야는 462년에 성 레스티투타가 지은 교회 건물이 포함된 포도밭을 1994년에 매입해 가야의 BDM을 생산합니다. 

 

“가야는 피에몬테에서 100년 넘게 네비올로 와인을 잘 만들었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또 다른 품종을 찾아 피에몬테를 벗어났는데 처음으로 선택한 곳이 몬탈치노랍니다. 가야는 바르바레스코 최초로 싱글빈야드 와인을 만들어 이탈리아 와인의 품질 혁신을 이끌었듯, 몬탈치노에서도 싱글빈야드 와인 수가릴레(Sugarille)와 레니나(Rennina)를 만들고 있어요. 가야 소유한 해발고도가 높은 포도밭은 450∼620m에 달합니다. 사실 20년 전만해도 몬탈치노의 높은 고도 포도밭에서 산지오베제 재배는 거의 불가능했는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요즘 몬탈치노의 높은 고도 포도밭에서 산도가 뛰어나고 신선한 과일향이 잘 유지되는 산지오베제가 생산됩니다. 더운 해에는 높은 고도에서 자라 산도가 좋은 포도를 많이 섞고 반대로 서늘한 해에는 낮은 고도의 포도를 많이 블렌딩 밸런스를 맞춘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호주, 체코, 스위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