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난 롯데…'10개 구단 최장' 6년 연속 PS 무산

2020년 이후 순위 '7·8·8·7위'…거액 투자도 물거품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는 자회사 롯데 자이언츠에 19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대호 은퇴식에 직접 참석해 영구결번 '10번' 반지를 선물하며 새로 태어날 롯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인사하는 롯데 선수단. 연합뉴스

이처럼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롯데의 2023시즌은 말 그대로 '용의 머리로 시작해 뱀의 꼬리로 끝난' 용두사미였다.



롯데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패하면서, 남은 경기 일정과 무관하게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2017년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 무대를 경험한 뒤 올해로 6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다.

좀 더 달력을 뒤로 넘기면 2013년부터 올해까지 11시즌 가운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게 2017년 딱 한 번뿐이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에 초대받지 못하고, 2018년부터 올해까지 다시 6년 연속 고개를 숙였다.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구단이 바로 롯데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8·8·8·8·5·7·7위'에 그쳐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던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무사 롯데 한동희가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롯데는 '올해는 다르다'는 기대감을 줬다.

일단 시즌을 준비하는 '스토브리그'부터 공격적으로 선수 영입에 나섰다.

'안경 쓴 에이스' 박세웅과 5년 최대 90억원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는 유강남(4년 80억원)·노진혁(4년 50억원)·한현희(3+1년 40억원)까지 프리에이전트(FA) 삼총사를 줄줄이 영입했다.

이들 4명과 사인한 금액 총액만 260억원에 달한다.

롯데는 기대에 부응하듯 9연승을 질주하며 4월을 1위로 마쳤고, 상위권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정규리그 34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순위표 꼭대기에 자리했다.

부산 사직구장은 평일 경기에도 1만명이 훌쩍 넘는 관중이 들어찼고, 야구장 주변 상인들은 몰려드는 관중들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어렵사리 상위권까지 올라가는 데는 성공했으나, 추락은 순식간이었다.

투타 불균형으로 순위표에서 한 계단씩 내려가더니, 6월 말에는 구단 코치진 사이에 내홍이 불거져 코치진을 대거 교체했다.

사직구장에서 올스타전을 치르고 난 뒤 후반기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간신히 5위권에 턱걸이하고 있다가 7월 2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패해 6위로 떨어졌고, 이후 한 번도 5위권에 올라오지 못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8월에만 두 차례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웠고, 결국 3년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지휘봉을 반납했다.

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8-1로 승리를 거둔 롯데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시즌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 롯데는 7위로 마칠 것이 유력하다.

2019년 최하위로 추락한 롯데는 이윤원 전 단장이 물러나고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프런트로 일했던 성민규 단장을 선임했다.

성 단장은 여러 변화를 구단에 도입했으나 재임 기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입지가 좁아졌다.

올해만큼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일념으로 거액을 투자했음에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지 않아 구단 안팎에서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성 단장이 선임한 두 명의 선장인 허문회, 서튼 감독은 모두 성적을 내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래도 롯데의 내년 시즌은 희망이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박세웅과 나균안, 윤동희까지 모두 병역 혜택을 받아 핵심 전력을 그대로 지켰다.

성 단장이 부임한 뒤 신인드래프트에서 선발하고 육성한 유망주가 많은 것도 롯데의 전망을 밝힌다.

롯데는 지난 8월 KBO가 발표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62명의 대표팀 예비 명단에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9명의 선수를 넣었다.

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하거나 프로 입단 3년 차 이내 선수들로만 선발했는데, 롯데는 진승현, 최준용, 김진욱(이상 투수), 정보근, 손성빈(이상 포수), 한동희(내야수), 윤동희, 고승민, 김민석(이상 외야수)이 명단에 포함됐다.

롯데가 '비밀번호'를 끊으려면, 내년 시즌에는 이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

롯데의 당면 과제는 새 감독 선임이다.

'두산 왕조'를 이끌었던 김태형 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야구계 안팎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한 지도자의 이름도 들린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