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경상수지 4개월 연속 흑자지만…‘불황형 흑자 기조’는 우려 [한강로 경제브리핑]

8월 경상수지가 넉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13개월 만의 4개월 연속 흑자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늘고, 서비스수지 적자 폭은 축소된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상품수지와 여행수지 개선으로 9월 흑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수입 감소 폭이 수출보다 더 큰 ‘불황형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연합뉴스

◆8월 경상수지 48.1억 달러 흑자…전월보다 흑자 폭 키워

 

11일 한은이 발표한 ‘2023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돼 지난달(37억4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을 키웠다. 지난해 8월(29억1000만달러 적자)에 비해서는 흑자 전환했다.

 

경상수지는 지난 3월3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한 뒤 4월 다시 소폭 적자로 돌아섰다가 5월 플러스로 전환해 4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 오고 있다. 4개월 연속 흑자는 지난해 4∼7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다만 올해 8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09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36억6000만달러)에 비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품목별로는 상품수지(50억6000만달러)의 흑자 폭이 전월 대비 6억2000만달러 확대됐다. 상품수지는 5개월 연속 흑자다. 서비스수지는 16억달러 적자로 16개월째 적자를 기록했으나, 여행수지가 개선되며 전월(25억3000만달러 적자)보다는 적자 폭이 축소됐다. 

 

경상수지는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뒷걸음질 치며 불황형 흑자 모습을 이어 갔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3% 감소했으나, 수입이 21.0% 줄어들며 흑자를 유지했다. 가스, 석탄, 원유 등의 원자재 수입이 작년 같은 달보다 27.6% 감소한 영향이다. 수출은 12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지난해 7∼8월에 에너지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비축 물량을 확대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수입 감소 폭이 크게 나왔다”며 “상품수지와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9월 흑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15억8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줄었다. 다만 이 기간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0.5일 적은 것을 감안해 일평균으로 수출액을 따져보면 9.2% 늘었다. 1∼10일 기준으로 일평균 수출액이 1년 전보다 늘어난 것은 지난해 9월(16%) 이후 13개월 만이다.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이 기간 5.4%로, 9월 1∼10일(-28.2%)보다 대폭 낮아졌다. 반도체 수출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14개월째 감소세다. 

 

이달 1∼10일 수입액은 169억2900만달러로 8.4%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53억43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16억2500만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커졌다.

사진=뉴스1

◆주담대 금리 올리는 주요 은행들…도미노 인상 이어지나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은행권에서 가산금리를 늘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에 나서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아직 대출금리를 올리지 않은 주요 시중은행들도 금리 인상 검토에 착수해 도미노 인상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영업점 등에 주담대 금리를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날 KB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신규 코픽스 기준 연 4.44∼5.84%, 신잔액 코픽스 기준 4.39∼5.79%로 상·하단이 모두 전날 대비 0.2%포인트씩 상승했다. 주담대 혼합형 금리(금융채 5년 기준)는 연 4.34∼5.74%로 전날보다 상·하단이 0.1%포인트 올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적정 포트폴리오 유지를 위해 금리 운용 기준을 변경한 것”이라며 “변경 이후에도 당행은 대출금리가 낮은 편으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주담대 혼합형의 경우 은행권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13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올리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0.3%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이달 1일부터 비대면 대출상품인 ‘하나원큐아파트론’과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혼합금리)’의 상품별 금리감면율을 0.15%포인트 축소 조정한 바 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내부적으로 대출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타행 금리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며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은 최근 빠르게 불어난 가계대출 수요를 줄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의 총량을 조절하는 차원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5174억원 늘면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갔다. 주담대의 경우 한 달 새 2조8591억원(514조9997억원→517조8588억원) 불었는데, 이 증가 폭은 2021년 10월(3조7989억원) 이후 가장 컸다.

사진=뉴스1

◆사모CB 주선 증권사 직원, 업무상 정보 이용해 수십억원대 이익…금감원 적발

 

대형증권사 기업금융(IB) 본부 직원들이 상장사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주선·투자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수십억원대 사적 이익을 얻었다가 금융감독원에 덜미를 잡혔다.

 

금감원은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A증권사에 대한 기획검사 결과 일부 임직원의 사익추구행위 등이 발견(잠정)됐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사모 CB 발행금액이 23조2000억원에 달하는 등 점차 발행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발행사 대주주들이 사모 CB 인수 후 시세조종,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상승시킨 뒤 주식으로 전환, 부당이득을 챙기는 불공정거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올해 중점 검사사항 중 하나로 사모 CB 매매·중개 과정에서의 증권사 불건전 영업행위를 선정했으며, 지난 6월 말까지 40건의 사모 CB 악용 불공정거래 조사사건을 발굴해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A증권 IB본부 직원들은 B상장사의 CB 발행 주선 및 투자 업무를 2차례에 걸쳐 담당하면서 직원 본인이나 가족, 지인의 자금을 모집하고 가족과 지인의 명의로 조합 및 특수목적법인(SPC)에 자금을 납입한 뒤 해당 CB를 조합 및 SPC를 통해 취득했다. 이후 이를 처분해 수십억원 상당의 수익을 거뒀다. 증권사 IB부서는 사모 CB의 발행 및 유통 정보를 업무상 먼저 알게 되며, 발행 조건 및 투자자 주선 등을 발행사와 논의하는 역할을 한다. IB본부 직원들은 해당 CB에 A증권 고유자금이 선순위로 투자되는 상황에서 직원 및 가족 자금을 후순위 투자하는 사실을 A증권에 알리지 않았다. 

 

금감원은 A증권이 이외에 담보채권 취득·처분 시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거나 발행사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에게 편익을 제공한 사례도 발견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사익추구 행위 등에 대해 법규 위반 소지가 있는지 검토한 뒤 엄정하게 조치하는 한편, 추가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추가 검사를 통해 여타 위법행위 개연성을 집중 점검하고, 자본시장 신뢰 회복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