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간제 교사 차별 방치하고서 공교육 정상화 요원하다

기간제 교사들이 대부분 담임과 학교폭력·돌봄 등 기피·과중 업무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기간제 교사노조가 기간제 교사 31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5.5%가 기간제 신분을 이유로 담임·학폭 업무 등 과중 업무를, 68.6%는 기피 업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4명 중 1명 이상은 계약 연장을 빌미로 부당한 업무지시 등 괴롭힘을 당했다. 심지어 성희롱, 성폭력을 당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한다. 교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처한 기간제 교사의 암울한 현실에 한숨이 절로 난다.

교원공무원법에 기간제 교사는 책임이 무거운 감독업무직위에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는데 법과 현실이 따로 논다. 교육부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 중 담임교사 비율은 2013년 53.5%에서 지난해 60.2%로 높아졌다. 정규 교사의 담임 기피 현상이 퍼진 탓이다. 교육부가 정규 교사에게 담임 업무를 우선 배정하도록 했지만 소용이 없다. 지난 8월에는 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가 2학년 담임교사에 학교폭력업무를 맡을 기간제 교사를 구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공고까지 냈다. 이 학교에서 2년 전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교사 2명이 극단 선택을 했는데 학폭 등 기피 업무를 기간제 교사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차별적 대우도 심각하다. 정규 교사는 매년 호봉이 승급되고 근무연수에 따라 매해 1월과 7월에 정근 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는 호봉 정기승급 대상에서 빠지고 근무 경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성과상여금이나 후생복지, 퇴직금 산정 역시 불이익을 받는다. 교육 당국은 학령인구감소를 이유로 2020년 이후 교사 정원을 줄여 왔고 2027년까지 신규 채용도 올해보다 30% 가까이 감축할 방침이다. 이러니 학교는 기간제 교사를 늘려 힘든 일을 몰아주기 일쑤다. 기간제 교사 수는 지난해 3만3409명으로 4년 전보다 1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런 현실을 방치해서는 공교육 정상화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언제까지 부당한 차별을 보고 배우게 할 것인가. 정부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과중·기피 업무 문제를 해소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고 부당한 차별을 막는 구제책도 마련해야 한다. 편차가 큰 지역별 학교와 학생 수 등 교육 수요와 교사 수급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적정 수준의 교사를 충원·배정하고 필요하다면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도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