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과정을 둘러싼 ‘돈봉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어제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2부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4년2개월을 선고했다. 사업가 박모씨에게서 받은 액수가 줄면서 알선수재 혐의의 형량이 낮아지긴 했으나 불법 정치자금 혐의는 1심 판단이 그대로 인정됐으니 사필귀정이다.
‘돈봉투 의혹 사건’은 이씨에 대한 단죄만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검찰이 이씨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녹음파일 3만건에는 2021년 5월 민주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측근인 윤관석(구속)·이성만 의원과 박모 보좌관 등의 연루 의혹을 보여 주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봉투 10개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 “내가 (이)성만 형이 연결해 줘서 그거 좀 나눠줬다고 (송)영길 형한테 말했다”라는 등의 대화가 생생하게 나온다. 민주주의 체체의 정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이뤄졌을 것이라고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로 추악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반성은커녕 검찰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 ‘검찰 폭거’라고 반발하면서 다수 의석을 앞세워 두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마저 부결시켰다. 하지만 이씨가 사업가에게서 조성한 돈을 윤 의원 등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건넸다는 건 이미 사실로 드러났다. 윤 의원은 현금 6000만원을 받아 300만원씩 봉투 20개에 담아 의원 20명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줄곧 혐의를 부인하던 윤 의원도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하자 결국 지난달 재판에서 돈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다만 30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씩 담긴 돈봉투를 받았고 자신은 전달만 했을 뿐 지시하거나 협의한 건 아니라고 발뺌했다.
그런데도 송 전 대표는 검찰이 불법 피의사실 공표와 표적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어제 서울중앙지검 앞을 찾아가 농성까지 벌였다. 돈봉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의원 20명도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다.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각종 비리 의혹에도 대표가 ‘방탄 꼼수’를 부리는 것을 보고 너 나 할 것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환부를 도려내고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해 정치개혁을 이루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