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시아파 벨트’로 확전세

시리아 무장단체 박격포 공격
이, 원점 대응 사격… 첫 교전

시아파 예멘 반군·바르드 등
미군 개입 시 즉각 참전 경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무력 충돌이 일부 인접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무장단체가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해 전쟁이 이스라엘 대 이슬람 ‘시아파 벨트’의 대결구도로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AFP통신 등 외신은 이날 이스라엘 북쪽 시리아에서 이스라엘 영토로 다수의 박격포가 발사됐다는 이스라엘군 성명 내용을 전했다.

희생자 추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받아 숨진 이스라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10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에두아르도 7세 공원에 마련된 공간에서 한 여성이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양측 충돌 닷새째인 11일(현지시간) 현재 이스라엘 사망자는 1200명,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05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리스본=AFP연합뉴스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도 “헤즈볼라와 협력하는 팔레스타인 세력이 이스라엘 골란고원을 향해 박격포탄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발사 원점을 향해 대포와 박격포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이·하마스 충돌이 시작된 뒤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교전이 발생하기는 처음이다.

 

이미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을 발사하며 하마스 지지를 간접적으로 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 공군은 이날도 레바논 영토에서 이스라엘 북부로 약 15발의 미사일이 발사됐고, 방공망을 통해 4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11일 오전에도 이스라엘을 향해 2발의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하며 “이번 주 교전으로 숨진 3명의 형제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즉각 대응 공습에 나서 레바논 내 헤즈볼라 감시 초소를 타격했다.

1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발생한 양측 사망자 숫자는 최소 210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 뉴시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남부의 하마스, 북부의 레바논, 시리아에 협공을 당하는 모양새가 됐다. 하마스는 이슬람 수니파에 속하지만,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벨트에 묶인 레바논, 시리아 무장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632년 후계자를 남기지 않고 사망한 뒤 이슬람권은 후계자 선정 방식을 놓고 수니파와 시아파로 분열했으나, 이슬람 세력 공적인 이스라엘을 향한 적대감과 반미 정서가 종파를 초월하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예멘의 후티 반군과 이라크 무장세력 카타이브 헤즈볼라, 이라크 친이란 무장정파 바르드 등 다른 시아파 세력도 미군 개입 시 등을 전제로 이·하마스 충돌 개입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포격을 받아 무너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건물 주변에 화재 진압을 위한 소방 차량이 정차해 있다. 이스라엘은 밤새 가자지구 여러 지역에 공습을 가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닷새째로 접어들며 사망자는 2000명을 넘어섰다. 로이터는 11일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을 인용해 이스라엘 측 사망자가 1200여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사망자가 1050명에 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의 초기 경계 실패가 이런 민간인 대량 피해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7일 새벽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일부 가자지구 무장단체 네트워크에서 활동이 급증하는 것을 감지해 이스라엘군에 경고를 보냈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면서 “그 덕분에 하마스 조직원들이 국경 철조망에 쉽게 접근하여 이를 폭파할 수 있었고, 수천명 병력이 그 틈새로 이스라엘 내로 침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보안 당국자들은 “이러한 작전 실패는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침공의 길을 열어준 이스라엘 보안 서비스의 광범위한 물류 및 정보 결함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중동 사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에너지 안보, 공급망 문제 등 국제사회가 처해 있는 위기에 대한 취약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아서 골든 타임을 놓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임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관계 부처의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