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강의 군사력을 지닌 이스라엘이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에 한동안 무방비 상태가 된 원인 중 하나로 경계작전 실패가 지목되면서 한국군의 휴전선 경계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인구절벽으로 군 규모가 감소하는 데 따른 휴전선·해안 경계 공백을 일반전초(GOP)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대체하고 있다. 철책에 설치된 광망에서 북한군 침투로 보이는 절단·훼손·충격 등이 감지되면 병력이 출동해 확인한다. 고성능 카메라를 활용한 감시·추적도 이뤄진다. 국방혁신 4.0 일환으로 철책 경계를 인공지능(AI) 드론·로봇이나 무인 초소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에 맡기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 있던 이스라엘의 경계 시스템이 하마스 공격에 무력화되면서 과학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마스처럼 북한이 다량의 로켓포를 한꺼번에 쏘고 패러글라이더나 땅굴, 드론, 고속상륙정 등을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군 당국은 하마스의 공격 형태를 주목하면서 보완·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강신철 중장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방사포·미사일을 대량으로 쏘고 첨단 방어체계의 취약점을 이용한 공격을 할 수 있다”며 “과학화 체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대북 정보·감시체계 취약점을 분석하고 조기경보 시스템과 정보공유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한반도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규군이 없는 하마스와 (국가인) 북한의 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북한이 (기습) 공격을 시작한다면 전면전을 의미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처럼 아이언돔 등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북한의 지휘부 중심을 타격하는 현대전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래식 무기 공격과 게릴라전을 동시에 하는) 배합전에 대해서는 우리가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가 갑자기 기습 공격을 하고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주요 도시와 가자지구가 인접한 이스라엘과 한반도는 상황이 다르고, 무장단체 수준인 하마스와 북한의 성격도 다르므로 북한이 하마스처럼 은폐된 공격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차 연구위원은 9·19 군사합의는 북한이 먼저 위반했기 때문에 효력을 정지해도 무리가 없지만, 이스라엘 상황과 연계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